친구와 헤어질 결심

일상에세이 6편

by forcalmness

고등학교 친구에게 인연을 그만 이어가고 싶다고 단호한 말을 전했다. 친구와 헤어질 결심을 했다. 마음이 잘맞는 직장동료에게 결혼식 때 보고 십년만에 연락이 먼저 온 친구를 보기로 했다고 기쁜 마음을 말하기도 했다. 그정도로 그간 연락을 해도 잠수를 오래 탄 친구라 무엇보다 먼저 연락을 준 것이 기뻤고 그만큼 만나길 기대했다.




그랬는데 만나기로 한 당일 아침 카톡이 와있었다. 못만나러 가게 되었다고 미안하다고. 그 카톡을 읽는 순간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더니 마음 속에서 단호한 답장 문구들이 술술 나왔다. 누가 돌아가신 사정이 있는 게 아니면 이해 못한다고. 사정 이해를 구하는 과정도 없고 먼저 만나자고 한 사람이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그만큼 날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느껴져서 더이상 만날 마음이 없다고. 마음 아프지만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이 나이가 들어서 친구와 절교를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부풀었던 마음이 일순간 바닥으로 꺼져버리는 경험은 참 초라하다. 이번은 그렇다치고 이후 만날 약속을 다시 잡는다고 상상했을 때 그때도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무엇이 문제일까 관계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 친구를 이해해보려는 마음의 불씨가 다 사그라들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쓸 마음의 온기도 없고 내어주고 싶은 마음도 일절 없다고 스스로 결심을 했다. 이 친구와는 헤어질 결심을.




이제는 너무도 잘 안다. 내가 주는 만큼 받길 원하는 마음은 무용지물이라는 걸. 그치만 동등한 저울추로 평형을 원하는 게 아니라 아예 바닥에 내려앉아 0을 가리키는 눈금은 보고싶지 않은 것이다. 친구가 내게 보여준 그간의 행동은 내겐 0에 머물러 있는 저울추 같았다. 이제는 변명의 말보다 행동으로 우정을 표현해주길 간절히 원했었다. 핑퐁대며 대화가 잘 이루어지는 사이, 마음의 온기가 핑퐁대며 움직이는 사이가 좋다. 그 핑퐁이 단절된 사이는 안녕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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