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연하게 따스한 요리

일상에세이 13편

by forcalmness


<영혼을 위한 닭고기수프>라는 책이 생각난다. 감기에 걸리면 전통적으로 먹는 게 닭고기수프라고 해서 요리가 주는 따뜻한 위로처럼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를 담은 베스트셀러였다. 할머니가 집에서 직접 끓여주시던 닭죽과 견주면 일리있다고 생각했던 게 기억이 난다. 찬바람이 불어서인지 한살한살이 점점 실감나게 느껴지는 나이라 그런지 요즘엔 요리가 주는 따스한 기운을 자주 생각한다. 최근에 읽은 책이 <식탁 위의 고백들>, <혼자 점심 먹는 사람들을 위한 산문>이고, 읽고 있는 책이 <힘들 때 먹는 자가 일류>인 걸 보면 음식의 위로에 어지간히 기대를 거는 내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10월의 어느 주말, 신랑이 정말 오랜만에 된장찌개를 끓였다. 맛있는 살치살을 냉동실에 넣기전 고기 듬뿍 넣고 된장 고추장 비율(2:1)을 철저히 지킨, 고깃집 된장찌개를 표방하는 신랑표 된장찌개. 정말 부드럽고 맛있었다. 누가 내게 대접해주는 요리를 맛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예전에 본 드라마 <고백부부>에서 엄마가 직접 간 토마토 주스를 두고 나중엔 누가 이렇게 정성들여 음식을 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데 그 말이 아직도 마음에 담겨있다. 아이를 낳고 우리를 위해 요리하는 시간이 급격히 줄면서 그 말이 더 자주 생각났다. 그만큼 요리를 하는 시간과 노력이 대단한 정성임을 절실히 알게 되었고. 아이를 위해서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만으로도 벅차 자신이나 배우자를 위해서 음식할 시간을 내는 것조차 힘들었던 시간을 거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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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그런 시간의 산을 넘어 요즘엔 아이가 체험으로 만들어온 피자가 우리 앞에 놓이기도 한다. 아이가 우리에게 요리 대접을 한다. 바삭바삭한 도우의 간결한 토핑의 피자. 우리에게 줄 요리 선물을 생각하며 만들었을 아이의 마음과 정성이 그 피자에 가득 담겨있다. 그 자체가 따뜻한 위로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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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위한 요리는 처연하게 따스하다. 누군가가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 내 몸에 스며드는 음식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사무치는 기분이 든다. 할머니가 해주던 사골곰탕과 닭죽이, 엄마가 해주던 계란북어국이, 신랑이 해주는 된장찌개가 그러하다. 난 누군가에게 사무치는 기분을 선사하는 요리를 해주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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