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go picnic

일상에세이 15편

by forcalmness


죠지의 노래를 참 좋아하는데 죠지 노래중에 'Let's go picnic'이 있다. 공원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피크닉을 가는 순간을 담은 노래. 레츠고 피크닉, 레츠고 피크닉, 반복적인 가사가 입안에 맴도는 노래. 이 노래를 계속 흥얼거려도 좋을만큼 가을은 피크닉이 어울리는 계절.



아이가 주말에 소풍을 가자 먼저 제안한다. 돗자리 펴놓고 음식 먹으면서 비행기도 날리고 색종이접기도 하고 싶다고. 아이가 미술학원에서 한번 경험한 야외소풍의 맛을 알게 된 것이다. 우리도 덩달아 그 시간이 즐거웠기에 주말 이틀 연달아 야외에 돗자리를 펴보기로 한다. 가을햇볕의 따사로움을 만끽할 시간이 언제 끝날지 모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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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답게 파아란 물감빛 아래 희긋하게 나이가 든 것 같은 잔디밭에서 아이는 신이 났다. 부드럽게 밟히는 잔디를 사랑하는 아이의 얼굴엔 최근 들어 가장 주체되지 않게 넘치는 웃음기가 담겨 있다. 가을 피크닉하면 일단 돗자리에 드러 누워야 하고, 그 다음은 미뤄둔 책을 읽는 게 내가 그리는 정석의 풍경. 아이가 잔디밭에 있는 장애물 넘기놀이를 하고 신랑이 잠시 살피러 간 틈을 타, 가방에 고이 모셔온 책을 펼쳐본다. 아이와 신랑이 돗자리로 돌아오고, 나의 로망을 실현하는 오분 내외의 찰나에 마침표가 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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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간식타임이지. 첫 야외소풍에 어설프게 주전부리만 들고 갔었으니 두번째 피크닉엔 좀 챙겨가야지 싶어 과일과 떡, 샌드위치를 담았다. 역시 밖에서 먹으면 뭐든 배는 맛있는 법. 아이는 사과가 제일 좋아 하면서 오물거리고, 신랑과 나도 샌드위치를 같이 오물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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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먹지도 않았는데 아이는 다시 잔디로 나선다. 돗자리 옆에 나란히 놓인 아빠 운동화, 엄마 운동화에 자신의 발을 넣어 뒤뚱뒤뚱 걸어가며 함박웃음. 별거 아닌데 그저 야외에서 피크닉이라 하고 보내는 시간이 마냥 기쁜 모습이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더라면 더 일찍 자주 가을피크닉에 나설걸 그랬다.



원래 재밌었던 일은 누가 묻지 않아도 먼저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지 않나요. 가을 피크닉에 다녀온 아이가 그랬다. 돗자리 펴고 사과랑 샌드위치 먹었지, 장애물 넘기도 했지, 제트기 비행기(색종이로 접은)도 날렸지, 추워서 따뜻한 초코라떼랑 밤라떼도 먹었지 하고 얼마나 주저리 말하던지. 말간 얼굴의 예쁜 아이야, 올 가을은 이상하게 비도 자주 오고 시간을 만끽할 날씨가 길지 않았어. 올해 날씨가 허락하는 한 돗자리를 들고 나오자. 내년엔 더 농밀하고 빈번하게 가을 피크닉에 나서자.



죠지의 노래처럼, Let's go picn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