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21편
요즘 '어떻게 시간을 나누고 살고픈가' 하는 질문을 해보곤 한다. 나만의 비밀로 간직하고픈 마음도 있지만, 기쁨 재미 웃음의 순간들을 공유하면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가끔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오래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잔잔히 대화하는 사람과 티격태격하며 대화하는 사람,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라고 말하는 사람. "마음이 잔잔한 사람은 주변 사람에게 별 관심이 없어요. 호불호가 갈리는 사람은 의외로 주변사람을 잘 챙기더라고요."라고 말하는 사람. 각자 자신만의 사람 보는 렌즈를 갖고 있었다.
사람들은 마주하는 사람들 중에 잘 맞는 사람을 추리는 과정을 남모르게 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 중 누구와 대화를 더 나누고픈지, 자신만의 사람 보는 렌즈를 들고 선택의 시행착오를 덜 겪으려 애쓰며 추려나가는 일을. 아마도 평생토록.
누군가에게 마음을 터놓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화 나누기 편안하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와야한다.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기분, 신기하게도 그 사람의 호응이 마음에 들고. 게다가 나도 그 사람의 이야기가 듣기 즐겁고 편한 기분이 드는. 서로간에 편안한 감정이 흐르는 게 시작이다. 이 사람에게 내 얘기를 했을 때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해지지 않는, 말의 경중을 가릴 줄 아는 사람인지 판단이 서면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관계가 된다. 아마도 이게 나의 사람 렌즈일 것이다.
각자 어떤 사람 렌즈(사람 보는 렌즈, 기준)를 들고 있을까. 난 내가 오랫동안 다듬어온 이 렌즈를 통과한 사람들과 순간순간을 공유하며 살고 싶다. 오늘 하루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요즘 어떤 생각을 갖고 살고 있는지, 즐거웠던 일이 최근에 뭐였는지, 기쁘고 재밌고 웃긴 순간들 뒤에 어떤 고민과 슬픔을 감추고 있는지. 서로의 사람 렌즈를 통과한 사람들끼리 비밀을 공유하듯 조심스레 내뱉는 말들이, 서로의 어둠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도록 구원한다고 생각한다.
살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선택한, 거의 모든 순간을 공유할 수 있다고 믿는 배우자에게 가장 많은 순간들에 대해 조잘댄다. 이 사람에게 터놓는 마음이 중심점이 되어 가지를 뻗듯 나아간다. 내가 들고 있는 사람 렌즈를 통과한 사람을, 순간순간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늘려서 구원의 빛이 점점 커질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