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세이 21편
랄라라알라 랄라라알라. 아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미술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의 허밍소리에 귀를 기울어본다. 오늘은 무슨 노래이려나. 오 처음 듣는 노래다. "랄라라알라 랄라라알라 버스 타러 가자. 차 타러 가자. 자전거 타러 가자. 랄라라알라 랄라라알라. 쓰레기 버리러 가자. 우주로 가자. 하늘로 가자. 땅끝으로 가자. 시내로 가자. 랄라라알라 랄라라알라."
아이에게 말을 건넨다. 처음 듣는 노래네? 만든 노래야? 아이는 동문서답으로 하고픈 말을 한다. 이거 외우느라 힘들었다구! 그래도 쉽지? 엄마도 따라 불러도 돼. 내가 알려줄게. 그김에 나도 따라불러본다. 랄라라알라 랄라라알라. 그 단순한 반복이 흥겨워서 즐거워진다. 아이가 가르쳐주는 걸 듣기 좋아서. 아이의 흥겨움이 전이되어 내게 스며드는 기분이 감미로워서. 더 기분이 들뜬다.
아이에게 다시 물었다. 아빠에게도 알려줄까 새로운 노래? 내가 기분이 좋았듯 이 노래를 신랑도 따라 부르며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서 제안했더니 아이의 대답이 또 놀랍다. "아니. 이 노래는 비밀이야. 아빠에겐 재밌는 노래가 있다는 것만 얘기할래." 요즘 부쩍 비밀이 느는 느낌이 든다. 아이가 비밀의 내밀한 기쁨을 이해하게 된 것만 같아 너무 신기한 마음이 든다. 누구나 마음속에 간직한 예쁘고 반짝거리는 비밀 두어 개쯤 있지 않은가.
비밀은 참 유용하다.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을 때 숨겨둔 아름다운 비밀 하나 포장지를 벗겨 혼자 몰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비밀 하나 간직한 것만으로도 나도 덩달아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비참하고 슬프지만은 않았다고 스스로를 위안하는 아름다운 한 조각이 비밀이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비밀도 있고,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는 추억 비밀도 있어서 위로와 함께 웃음도 새어나오는 건 비밀 아닌 비밀.
아이가 자꾸 "비밀비밀" 하는 말이 아이에게도 그런 아름답고 재밌는 삶의 조각들이 마음에 차곡차곡 쌓인다는 의미 같아서. 안심된다. 공유하는 순간도 꽁꽁 싸매고 공유하지 않는 비밀의 순간도 균형있게 챙기는 사람으로 자라고 있는 것 같아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오늘처럼 아이가 허밍처럼 자연히 흘러나오는 노래를 부르고 있노라면 따라 부르는 사람으로 계속 옆에 있고 싶은데. 그 시간도 그리 길지 않으리라는 예감. 아이의 노래, 랄라라알라와 비밀의 기쁨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는 이 시간을 소중히 품어야겠다는 생각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