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세이 22편
"며칠 밤 더 자면 크리스마스야?" 요즘 아이가 우리에게 가장 많이 묻는 말이다. 크리스마스엔 받고픈 가장 커다란 선물을 받는다는 사실을 파악했나 보다. 평소에 장난감 매장도 잘 안 가고, 좋아하는 로봇 장난감도 생일과 크리스마스 같은 기념일에만 받는 편이라 더 고대하는 눈치다.
올해도 로봇 장난감 사랑은 여전해서 미리 갖고 싶은 로봇 장난감을 물어 구입한 뒤, 붙박이장 안에 고이 모셔두었다. 크리스마스 가까이 되면 장난감 품절현상이 일어나서 못사면 큰일이기에. 그러면서 울지않는 아이,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준다는 산타 레파토리도 보통의 부모처럼 아이에게 내밀었다.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선 일정시간 기다리고 참을 줄 알아야 한다는 건 이해하는 아이였으면 해서.
올해도 '산타할아버지가 보고 계신다'는 노랫속 레파토리만 이어지나 싶었는데 아이에게 신박한 역공을 받았다. "산타할아버지는 우리가 자는 밤에만 오셔?"로 시작된 역공. 산타할아버지가 보고픈지 밤에 눈 살짝 뜨고 기다리고 싶다 한다. 자고 있어야 선물 주고 가신다고 안 자면 선물 없다는 얘기로 일단락되나 싶었는데. "산타할아버지는 많은 집들 비밀번호를 다 알아? 다 기억하고 누르고 들어오시는거야? 집주소도 다 기억해? 그 많은 선물을 그 시간에 다 배달해주셔?" 아주 놀랍도록 논리적인 질문들이 우리에겐 역공이나 다름없었다.
아이는 산타할아버지가 집에 들어오는 법이 정말 궁금한 것일 테다. 나도 이런 게 궁금했었을까. 기억이 나지 않는데. 원하는 선물을 주실지 말지만 두근두근 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짐짓 당황하지 않은 듯이 대답했다. "응. 산타할아버지도 다 기억 못해서 노트에 적어 다니셔. 메모지에 기록해 두고 잊지 않게 가지고 오셔. 그리고 루돌프가 썰매 태워줘서 멀리도 다 선물 배송해 주실 수 있어."
아이는 다행히 비밀번호를 알고 도어락을 열고 들어온다는 가정을 철썩같이 믿고 있었고, 그걸 수긍하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임기응변만 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산타할아버지에게 궁금한게 한 보따리라서 직접 만나 물어보고 싶었던 건지 내가 도리어 되묻고도 싶어질 정도로.
미술학원에서 만들어온,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12월 달력에 "Merry Christmas" 알파벳을 하루 한 글자씩 붙여가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마음은 아이에게 얼마만큼의 크기일까. 어른이 되어도 크리스마스 시즌엔 대형 트리들과 캐롤 노래에 마음이 들썩이는데, 아이에겐 더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겠지 짐작할 뿐.
진짜 산타할아버지든 산타할머니든 계셔서 우리집에 방문해주면 좋겠다.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아이 선물 말고도 선물 포장된 우리 선물도 놓여있으면 좋으련만. 그럼 더 적극적으로 산타가 집에 들어오는 법을 캐볼 텐데.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을 벌써 사버려서 안 주시려나. 내년엔 또 아이가 산타에 대해 어떤 궁금증을 품고 물어올지 벌써 기대된다. 그 궁금증을 유연하게 대답해줄 수 있는 부모로 한뼘 더 성장하기 위해 또 일년, 부던하고 차분히 살아야지 하는 결심을 품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