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세이 15편
아이에게 첫 운동회는 어떤 의미였을까.
아이의 첫 운동회에 다녀온 우리 부부에겐 이 시간이 어떤 의미로 남을까.
아이 6살, 어린이집에서 여는 가을 운동회에 처음 다녀왔다.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회 준비를 하고 나서는 길에 기분이 알쏭달쏭했다. 초등학생으로 운동회를 즐겼던 우리가 나이가 들어 한 아이의 부모로 운동회에 간다. 시간이 점프업해도 한참 점프업한 기분이라고 할까. 내 안엔 초등학생으로 달리기를 하던 내 모습, 뛰면서 날아가는 듯했던 기분이 생생한데. 1등 보라색 스탬프 도장을 받고 함박웃음 짓던 사진이 사진첩 어딘가에 담겨있는데. 지금은 초등학생 아닌 한 아이의 엄마로 아이의 첫 운동회를 마주하러 걸어가고 있다.
아이는 일주일 전부터 일곱밤만 자면 운동회야 하면서 운동회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정작 운동회가 뭔지는 잘 모르는 눈치고,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열심히 준비하신 재밌는 체조영상을 따라한다는 것에 꽂혀있는 듯했다. 부모인 우리 나이 40대, 체력의 한계를 여실히 느끼는 중이라 세시간 일정의 운동회가 버겁게 생각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아이의 기대감에 아이에게 기쁨을 준다는 선한 마음으로 참가하기로 결심했다.
아이의 첫 운동회는 생각보다 순조롭게 흘렀다. 실내체육관 안에 모여있는 아이, 부모, 아이형제자매, 조부모까지 많은 인원에 놀라긴 했지만 진짜 운동회구나 실감이 났다. 야외 아닌 실내여서 아쉬운 마음 반, 안심되는 마음 반. 가을 운동회 하면 파아란 하늘에 만국기가 함께 보여야 제격인데, 회색 지붕 아래 만국기는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고 좁게 느껴졌다. 아이만 참여하는 활동, 부모만 참여하는 활동, 조부모만 참여하는 활동, 아이형제자매만 참여하는 활동,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활동 등이 잘 안배되어서 체력이 크게 소모되진 않는 점도 배려가 감사했다. 물론 부모와 같이 왔는데 갑자기 부모만 참여하는 활동에 부모와 떨어진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일이 곳곳에서 보였지만. 우리 아이의 살짝 울먹인 모습도 헤프닝 정도로 넘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인생은 뫼비우스띠처럼 어느순간 어느 지점에서 만나는 걸까. 내가 경험했던 운동회에서의 따뜻한 잔상들, 뿌듯하고 생생했던 시간의 감각들이 내 마음에 물결이 되어 요동쳤다. 한 아이의 부모가 되어 다들 아이 운동회 무대에서 자신들의 기억속 운동회 무대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부모와 함께 웃었던 추억, 어떤 간식과 도시락을 부모님이 챙겨오실까 기대했던 부푼 마음, 가을 푸른 하늘 아래 바람을 스치며 뛰었던 벅차오르는 기분들을 모두 한번씩 손으로 건드려보지 않았을까.
이제 아이 운동회는 시작됐다. 이제 매년 가을엔 아이 운동회를 몇년간 마주할 것이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어 맞이할 운동회가 지금은 기대된다. 내 기억속 운동회 무대와 흡사할 것 같아서. 아이와 맛있는 간장치킨과 김밥을 먹으며 얘기하고 싶다. 있잖아, 엄마도 초등학교 때 엄마 부모님, 할머니와 이렇게 운동회 때 점심을 같이 먹었던 즐거운 추억이 있어. 운동장에서 들리는 다양한 사람들의 응원소리와 내 안에서 들리는 숨찬 호흡소리에 벅차던 시간들이 있었어. 이런 순간들이 언젠가 너의 마음속에서도 재생되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