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세이 16편
아이 어린이집에선 매년 아나바다행사가 열린다. 우리 부부도 기대하는 행사다. 기대하는 이유는 야시장이라는 콩고물 때문. 야시장 겸 아나바다장터가 열리는 거라,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푸드트럭 사장님처럼 붕어빵도 구워주시고 해물파전도 부쳐주신다. 그 맛을 떠올리면 침이 꼴깍 넘어간다. 올해도 10월초 아나바다 겸 야시장 행사 공지가 올라왔다.
집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데 타인이 쓸만한 물품을 추려 미리 어린이집에 보내면 야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음료쿠폰을 준다. 아이 뽀로로음료 한병과 어른용 커피 한잔과 맞바꿀 수 있는. 센스있는 이 쿠폰을 받기 위해 아이와 협상에 들어간다. 어떤 물품, 특히 어떤 아이 장난감을 보낼 건지를 두고서.
사실 작년엔 아이 옷가지만 보냈었는데 이젠 아이가 제법 커서 논리적으로 티키타카를 하면서 장난감을 두고 협상이 가능하겠다 싶었다. 잘 가지고 놀지 않는 놀이방 장난감이 자꾸 눈에 밟혔기에. 게다가 곧 다가오는 성탄절에 아이에게 넌지시 산타에게 무엇을 받고싶은지 물었는데 두둥 가격이 만만찮은 카봇이름이 등장했다. 아이에겐 이젠 흥미가 떨어진 장난감들 일부는 어린이집 아나바타 행사에 보내고, 또 일부는 당근에 중고물품 판매를 해야겠다 결심했다. 그걸로 아이 성탄절 선물의 한밑천을 마련하면 선순환이지 싶어서.
아이에게 일단 은근슬쩍 아나바다 행사에 어떤 장난감을 보내겠냐고 물었다. 아이가 처음엔 장난감은 그대로 두자고 하더니 반 친구들이 장난감을 일부 가져오는 모습도 보고, 성탄절 선물로 새로운 카봇선물이 나오는 원리(?)를 캐치한 건진 알 수 없지만 장난감을 쿨하게 보내준다고 하는 것이다. 단, 단서가 붙었다. "사진 찍어둬. 그냥 보내면 아쉬워. 사진으로 남겨줘."
생각보다 아이와의 기나긴 티키타카가 될 줄 알았던 장난감 보내주기 협상은 싱겁게 끝났다. 아이가 물욕이 없는 편인가 싶은 생각이 스쳤지만 그보다 마음에 남은 건 아이가 사진을 남기는 방식으로 아쉬움을 붙잡아둘 줄 안다는 거였다. 그동안 아이와 신랑과 여행을 다니고 주말에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사진을 많이 찍는 모습을 보면서 자라긴 했다. 다행히 조금은 부끄러워하지만 찍히고선 자기 모습을 보여달라고도 하고 오히려 '찍었어? 찍었어야지'하며 놀라운 광경을 놓친 날 나무라기도 하는, 꽤나 사진을 좋아하는 아이로 성장했다.
무언가에 집착하지 않고 놓아주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는 걸 사실 아이는 진즉에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또 놓아주어야 새로운 순간이 다가온다는 것도. 사진으로 자신이 한때 즐겨 놀았던 장난감을 기억하려는, 소중함을 간직하는 마음도 아이에게 깃들어있다는 게 감사했다. 아이 장난감을 보내주면서 우리는 아이와 보낸 시간 속에서 무엇을 놓아주고 일부를 마음에 녹여두고, 또 어떤 새로운 순간을 맞이하게 될까 상상했다. 그게 어떤 광경과 풍경이건 경탄과 기쁨이 깃들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