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긴 고요 쟁취하기

일상에세이 28편

by forcalmness

고요한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으면 좋겠다. 요즘 내 베스트 위시(best wish)다. 고요하고, 여백있고, 여유로운 빈 시간과 공간 속에 놓이고 싶다. 온전히 소리가 차단된 공간이 있을까. 있다면 정말 하루 정도라도 빌리고 싶은데. 촌캉스, 캠핑, 불멍.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것들이 잔잔히 유행하고 지속되는 이유가 모두 조용히 머물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카페에 앉아 조용히 무선 이어폰을 꺼낸다. 무선 이어폰에서 나오는 내 선곡들만이 내 귀로 흘러 들어온다. 카페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놓여있는 풍경일 뿐. 사람들도 저마다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다. 노트북을 투닥투닥하는 사람들, 헤드폰을 쓰고 공부하는 사람, 조용히 커피한잔 두고 핸드폰 화면을 밀어올리는 사람, 둘이서 마주앉아 오랜만에 기나긴 수다의 세계에 빠져있는 사람들, 아이를 케어하며 함께 나온 부모들. 그들을 배경 삼아 내 노래만을 최소한의 소음으로 만들어 고요의 시간을 시작한다.


샌드위치로 배를 채우고, 떠오른 소재들로 에세이를 쓰고, 묵혀둔 책을 펼쳐보며 인상깊은 구절을 기록한다. 글을 쓰며 꽁꽁 싸여 보이지 않던 내 내면이 조금씩 드러나는 기분을 맛본다. 요즘 내가 하는 생각들은 에세이에 담고, 내가 살고픈 모습들은 책 속에서 살포시 엿본다. 책에서 엿본 구절들을 내 기록으로 옮겨가며 마음에 담는다. 그 시간들이 차곡차곡 모이면 그렇게 살 수 있는 단초가 되어줄 것 같아서. 일상에서 초라한 기분이 들 때 내가 쓴 에세이와 책의 기록들을 들여다보면 곧 다시 힘이 난다. 그 글들이 깊고 긴 고요의 순간들이 담겨있다는 증거가 되어주기에.


결국 난 깊고 긴 고요를 찾아서 헤매는 사람 같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내 안에 담긴 이야기를 글로 만들어내는 시간이 좋다. 좀 더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으련만. 매시간 정해진 일과들에서 조금씩 공을 들여 글쓰는 시간, 책읽는 시간으로 쪼개는 게 왜 이리 쉽지 않은지. 이 정도의 시간을 낼 수 있는 것만에 만족하고 살고 싶진 않다. 요즘은 조금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사람이 되는 방법 밖에 과연 없는 걸까. 깊고 긴 고요의 시간을 쟁취하기 위해서 어떤 방식을 취해야할지, 어떤 준비를 해야할지가 앞으로 내 인생의 궁극적 질문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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