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는 서툴수록 좋다>, 이정훈 산문집

책리뷰 31편

by forcalmness

도서관 신간도서를 검색하다 우연히 이 책을 마주쳤다. 사람들에게 순간마다 가장 필요한 게 '위로'라고 생각하고 살기에. '위로'가 제목에 놓인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 중에 이렇게 눈물보가 터지게 만드는 책이 있었나. 이 책의 구절구절을 읽고 지나갈 때마다 눈이 시큰거렸다. 저자인 이 사람은 얼마나 많은 눈물을 가슴에 담고 살아온 사람일까 싶었다. 이 책 저자 소개에 담긴 말. '나이 듦이란 무엇을 말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를 헤아리며 사는 일이다. 해서는 안될 말들이 안으로 쌓이면, 그것이 삶의 무게가 되어 등을 굽힌다. 굽은 등 위로 쌓인 말의 더미를 지면으로 옮긴다. 쓰다 보면 등이 펴지고, 햇살은 눈부시다.'


살면서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이 누구나 있다. 사람들에겐 그런 기억들을 한번씩 꺼내보는 파편적인 순간이 왔다 사라진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순간들을 글로 남겼다. 자신의 가슴에 박혀있는 인생의 장면들을 천천히 떠올리며 하나의 글로 완성한 뒤, 담담하게 그 글들 각각에 또 주석의 글을 달았다. 이 일은 제게 이런 의미였습니다라는. 인생의 장면 장면을 마주하는 것에도 눈물이 터지는데, 그걸 담담히 추억하는 주석글은 눈물의 연타석이 되어버렸다.


좌절하는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어떤 위로의 말도 내뱉을 수 없었던 시간을 추억하며 '위로는 서툴수록 좋다'와 같은 책 제목이 탄생한다. 하는 일의 반복된 실패 앞에서, 갑자기 시작한 달리기에서 얻은 깨달음을 일에 접목하면서 새로운 도약이 가능했던 일 로 이런 말을 남긴다. '어쩌면 모든 변화의 시작은 이처럼 낯설고, 생각지도 못한 자신의 초라함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른다.' 10년을 동업자로 지내고 있는 사람과의 첫만남과 인연을 기록하면서는 이렇게. '누군가를 견딘다는 것은 그 사람을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완벽하지 않은 그를 완벽하지 않은 채로 받아들이며, 그의 성장과 함께 더 나은 우리가 되는 걸 믿는 것이다.'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의 이야기를 펼쳐놓으며 이런 말을 툭 내어놓는 것이다. '너의 뾰족한 시간을 아끼고 사랑한다. 중요한 건 하나다. 아이의 마음에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이 또렷이 새겨지는 순간을 만드는 것.'


선수를 빼앗겼다. 나도 내 인생의 명장면을 풀어놓는 글들을 엮어보고 싶었는데. 정말 드라마 같았던 순간들이 몇 장면 있는데. 비밀로 고이고이 간직할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벌써 강렬하면서도 고요한 책이 나와버렸다. 눈물샘을 마구 자극하는. 그래도 내 인생의 명장면은 멜로에 더 가까우니까 겹치진 않겠다. 이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혼자 꼽씹는 자신만의 인생 장면들을 글로 풀어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기록을 공유해주면 좋겠다. 이 책에서 말했듯, '기록하는 일, 그것은 함께 살아가는 일'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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