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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ar 12. 2020

캐나다 스타벅스에서 살아남기 - 1

외국인 노동자의 삶

 2019년 3월 25일 첫 출근. 캐나다에 도착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던 모든 게 낯설었던 시기였다. 일반 스타벅스(본사 직영)의 경우 바 투입 전 약 2~3주 간 트레이닝을 받는 걸로 알고 있었다. 당연히 나도 트레이닝을 받겠거니 기대하고 출근을 했다.


이 곳은 달랐다.


신입 바리스타 교육에 대한 체계가 없었다. 동료들과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뭘 하면 될까? 했는데 나를 바로 틸(PoS)에 세웠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포스 UI도 직영 스타벅스도 달랐다. 가서 배우겠지 하는 심산으로 메뉴 공부도 제대로 안 하고 갔는데 당장 손님의 주문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버렸다. 다행히 동료들이 옆에 붙어 하나하나 알려주긴 했지만 머리가 제대로 굴러갈 리 없었다.

심지어 5가지나 되는 동전들을 세는 법도 제대로 모르는 시기였다. 하루는 눈앞에 뿌려진 동전을 보고 머리가 굳어 빤히 쳐다보고 있자 손님이 '동전에 무슨 문제 있니?' 하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매일매일 실수를 해도 동료들은 That's okay ~ 하면서 나를 나무라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괜찮지 않았다. 한국 카페에서 능숙하게 일했던 내가 고작 언어 때문에 실수하고 주변에 해만 끼치는 것 같았다. 퇴근 후 몸보다 정신이 힘들고 출근하는 길 발걸음이 천근만근이었다. 이렇게 일하다가는 스트레스에 질식할 것 같아 부담감을 내려놓고 그냥 남들처럼만 일하자 하고 결심을 했다. (진짜 한국인처럼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몇 없다)


동료들이 틸에 있을 때 하는 말들을 유심히 듣고 따라 하고 레귤러 손님들의 얼굴을 익히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실수했을 때 그만 미안해해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음료를 다시 만들어주면 될 일을 혼자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던 것이다. 습관처럼 sorry 라고 말하던 버릇을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수많은 커스텀 오더들이 물 흐르듯 들리기 시작했고 절대 안 외워질 것만 같던 음료 레시피를 다 외워버렸다. 동전 세기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손님을 도와주며 능숙하게 돈 계산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역시 존버는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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