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e you later
토론토 일정은 아직 하루가 더 남았지만 뉴욕행 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에 여행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날에 가까웠던 4일 차가 밝았다. 언제나 그렇듯 특별한 일정은 없었다.
오후에는 토론토에서 워홀 하는 친구들 다시 한번 만나기로 했다. 느지막이 일어나 호텔 근처 타이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이날은 전날의 여파로 피로감이 온몸을 꽉꽉 채우고 있었다. 사실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설상가상 날씨도 흐려 한걸음 한걸음이 천근 만근이었다. 일단 우버를 타고 다운타운으로 향했다. 다음 날부터 시작될 뉴욕 여행을 위해 미국 달러를 환전했다. 너무 비싼 미국 달러에 눈물을 훔쳤다.
문제는 갈수록 몸이 더 안 좋아져서 그냥 호텔에 가서 눕고 싶은 마음만 들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친구에게 너무 미안하고 미래의 나 자신이 너무 후회할 것 같아 다운타운 근처 켄싱턴 마켓 쪽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다행히 점차 날이 개면서 몸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워낙 날씨에 영향을 잘 받는 체질이라 이럴 땐 참 힘들다.
차이나타운 근처 켄싱턴 마켓은 사실 별구경거리는 없었다. 여행 성수기가 아니라 그런지 유동인구도 많지 않았고 분위기가 다소 어두웠다. 빠르게 주변을 한번 쓱 돌아보고 오후 약속을 위해 친구가 일하는 회사 근처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친구를 기다리며 들렸던 치즈케이크 집. 가게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캐나다에 살면서 먹어본 치즈케이크 중 가히 최고였다.
맛집이라고 소문난 가게들도 너무 달거나 내가 원하는 치즈 농도와 달라 실망한 적이 꽤 있는데 이곳은 달지 않고 꾸덕하고 모든 기준을 완벽히 충족시켜주는 곳이었다.
가게 내부에도 수상 경력 등 자랑하는 포스터들이 꽤 있었는데 100% 납득이 가는 맛이었다. 그렇게 친구 퇴근 전 둘이서 세 조각을 해치워 버렸다.
조금 늦게 퇴근한 친구와 다운타운 근처 베트남 음식점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저녁노을을 즐기기 위해 TTC를 타고 Riverdale park로 향했다. 특별한 공원은 아니지만 벤치에 앉아서 맞은편 토론토 시내의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한국에서는 평범하게 느껴졌을 저녁 시간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타국에서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친구를 만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새로 사귄 친구들과 서로 알아가는 시간도 소중하고 재밌지만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한정되어 있다는 게 항상 슬펐기 때문이다. 이 기억을 같이 경험했다면 좋았을 텐데 했던 순간이 참 많았다.
그렇게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 친구를 위해 아쉽지만 한국에서의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집까지 걸어서 간다는 친구의 말에 새삼 나에겐 낯선 동네가 친구에겐 익숙한 장소라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렇게 집에 가는 길 호기롭게 TTC를 탔지만 반대방향으로 타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고 결국 우버를 부르고 말았다.
다음날 4박의 숙면을 책임져 줬던 웨스틴 호텔과도 아쉬운 인사를 하고 뉴욕에 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사실 토론토와 뉴욕은 비행기로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처음 타 본 1-2 배열 비행기.
길고도 짧은 4박 5일 토론토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이제와 돌아보니 많은 곳을 돌아다니지 못한 아쉬움이 살짝 남긴 하지만 후회는 없었던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