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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Apr 26. 2020

토론토 여행기 - 3

드디어 방문한 나이아가라 폭포

 드디어 밝은 둘째 날 아침. 고대하던 나이아가라 폭포에 가는 날이었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토론토 시내에서 차로 약 2시간 정도 떨어져 있다.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리는 카지노 셔틀을 이용하기로 했다. 폭포 근처에 있는 큰 카지노 호텔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인데, 사이트에서 시간 및 장소를 살펴본 뒤 전화로 직접 예약하면 된다. 과거에는 무료로 이용되던 서비스였는데 카지노 이용 고객보다 나이아가라 폭포 관광용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유료화됐다고 한다.


 버스는 카지노 VIP 고객 및 기존 고객들을 먼저 태우고 난 뒤 우리 같은 전화 예약 고객을 마지막으로 태웠다. 운이 안 좋으면 좌석이 없어 밀려날 수 도 있을 법했다. 


 카지노 셔틀 이용의 단점은 무조건 카지노 회원 가입을 해야 돌아오는 티켓을 살 수 있다는 거였는데, 이 과정에서 시간이 꽤 소요됐고 다소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운영돼서 많은 사람들의 표정에서 짜증을 읽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마저도 의욕이 없고 일 하기 싫은 티를 팍팍 내서 나도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매일 저렇게 수많은 사람들에 치이다 보면 미소를 잃는 건 당연하지만 조금 무례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여하튼 오랜 기다림 끝에 다운타운행 버스 표도 받아 놓고 본격적으로 폭포 관람 시작했다.


 사실 직접 오기 전까지 나이아가라 폭포 주변에는 오직 광활한 자연만 펼쳐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중국인들의 돈이 많이 들어간 걸로 보이는 카지노 호텔은 물론 다양한 상업시설들이 많았다. 역시 사람들이 돈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는다니까 하며 오히려 대단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찾아본 사람이라면 미국에서 보는 뷰와 캐나다 뷰가 너무 달라 무조건 토론토에서 보라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직접 와보니 그 말이 100% 이해가 갔다. 폭포 줄기가 떨어지는 광경은 오직 캐나다 쪽에서만 볼 수 있었다. 메인 포인트에 도착하기 전부터 멀리서 보이는 거대한 폭포의 웅장함에 둘러싸여 대자연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폭포를 볼 수 있는 트레일에 도착하니 정말 감탄이 끊이질 않았다. 여태까지 봐왔던 폭포는 나이아가라에 비하면 샤워기 물줄기 같은 느낌이랄까..?


 걷는 내내 시원하게 물살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캐나다의 낮은 하늘 덕분에 낮게 깔린 구름들이 더 멋진 경관을 만들어 주었다.


 사실 사진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거센 물살 덕분에 사방에서 물이 튀고 바람이 불었다. 모두들 흩날리는 머리와 옷을 잡느라 바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직접 배를 타고 폭포 안으로 들어가는 체험을 하지 못한 것인데, 여분의 옷이나 신발을 챙겨 가지 않아 흠뻑 젖은 채 돌아다니는 게 무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를 혼내주고 싶다.


 폭포 관광을 마치고 시간이 남아 회원가입도 했겠다 카지노 구경을 갔다. 내가 일하던 호텔도 2층에 카지노가 있었는데, 그곳보다 훨씬 큰 규모에 놀랐고 훨씬 적은 사람에 두 번 놀랐다. 하지만 역시 두 장소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중장년층이 주를 이뤘다. 게임할 배짱은 못 되는 탓에 대충 구경을 끝내고 다시 다운타운에 돌아가기 위해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셔틀은 30분마다 운행되고 행선지 별로 차량이 다양하다.

 

 그리고 이 날 저녁은 폭포 다음으로 고대하던 마라탕을 먹으러 갔다. 토론토에서 워홀 하는 친구가 추천해준 곳인데, 토론토 차이나타운에 위치해있었다. 밴쿠버 차이나타운은 이름과 다르게 약쟁이들의 소굴이라 다니기 다소 무서운데 이곳은 이름 그대로 중국에 있는 느낌이라 안정감(?)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마장 소스가 많이 들어간 마라탕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집은 마라 맛이 강하게 나서 맛있게 먹었다. 후식으로 버블티를 먹었으나 너무 실망스러워서 사진도 안 찍었을 정도..


 피곤함을 핑계로 다시 우버를 타고 한인마트로 향했다. 사실 딱히 살건 없지만 그냥 가고 싶어서.. 붕어싸만코를 보고 이건 먹어야 해! 했는데 4개입 밖에 안 팔아 살짝 당황했지만 문제가 되진 않았다. 마트에서 숙소 가는 길에 각자 2개씩 다 해치웠기 때문에 ^^

녹차맛 붕어싸만코

처음 보는 조지아 피치 코카콜라도 장바구니에 담아왔다. 복숭아 향이 강하진 않지만 은은하게 달아서 맛있었다. 가끔 콜라를 마실 때마다 하루에 한 캔씩 먹던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난다.

친구가 퀘벡에서 사 온 플럼 사과주

이 작은 병에 둘 다 얼굴이 새빨개졌다. 포도주만 마셔봤는데 새로운 달달함이 좋았다. 많이 돌아다니진 않았지만 장거리 여행에 피곤함이 쌓인 밤이었지만 기분 좋게 잠들 수 있는 맛이었다. 알쓰에게 딱 좋은 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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