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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라 와인 Apr 09. 2021

대표님 혼자 다 하세요?

1인 와인 수입사 알로라 와인 우당탕탕 와인 수입 이야기

처음 알로라 와인을 시작할 때, 나는 가장 머리 아픈 것은 수입면허를 따고, 사업자 등록을 하는 등 여러 가지 대한민국에서 요청하는 와인 수입자로써의 서류의 산을 넘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진심으로 시작에 불과했다.


아무도 없는 적막한 인천공항을 지나 한 번의 환승 국가를 지나서 이탈리아 로마 푸미치노 공항에 도착하기까지 마스크를 벗을 수도 크게 숨을 쉴 수도 없는 15시간을 버틴 것을 지난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푸미치노 공항의 입국장에서 나를 보고 눈물을 그렁이며 나를 안으려 하는 마시모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말하며 커피도 떨어져 마신 매정함은 시작도 아니었다.


도착한 날부터, 미리 연락해 두었던 수많은 와이너리들과의 이메일과 미팅 약속, 그리고 집 안 가득 줄지어 있는 맛을 봐야 하는 와인들은 이 일이 정말로 나의 일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한 개의 와인을 결정하기까지, 그 와인을 생산하는 생산자의 거의 모든 와인을 맛보고 어떤 생각으로 와인을 만들었는지 웹사이트를 확인하고 인스타그램을 탈탈 털어서 이해한다. 그다음에는 그와 직접 통화하여 내가 느낀 와인의 느낌과 나의 생각을 말하고, 그 와인의 포도를 직접 따고 밭을 일군 그 사람의 생각을 듣는다.

이 모든 상황에서 나는 수입자이고 그들은 자신의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농부라는 것에 대한 존중이 없이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그 후, 거래가 성사된 후 선적 준비를 하게 된다.


“선적 준비”라는 네 글자로 되어 있는 저 단어 속에서부터 다시 큰 서류의 산과 시간의 개울을 넘게 된다. 그리고 그 서류들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여러 가지 행정적인 요건을 을 충족시켜야 하고, 선적 시간에 맞춰서 모든 와인이 지정된 장소에 준비되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2주에서 10일 사이에 마무리한다는 것은,

모바일 송금의 개념을 뛰어넘어 송금 영수증을 하나하나 다 보내면서 너네 은행의 잘못이네 내 잘못이네를 열불이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웃는 얼굴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벽 배송을 뛰어넘어 내리를 눈을 뚫고 트럭으로 와인을 옮기는 일과 선적항까지 가는 시간과 교통을 정리하는 일을 포함한다. 한국과 이탈리아 사이에 있는 무역 조항이 도대체 뭐 어쩌라는 건지, 어떤 말을 쓰고 어떤 말을 쓰면 안 된다는 건지 확인하는 일이며, 왜 와인이 갑자기 없다는 헛소리를 하는 건지 농부의 마음을 이해하는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 한국 시간에 맞춰 운항사와 한국어로 말을 하고, 이탈리아 시간에 맞춰 이탈리아 내륙 운송과 와인 생산자들과 모든 사항을 이탈리아 말로 말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여기에 각종 서류는 영문으로 작성된다.


나는 이 과정에서 두 번을 주저앉아 울었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한국과 이탈리아 시간에 맞춰서 일한다는 것은 하루에 3시간의 수면시간을 의미하고, 머릿속에서는 3가지 언어가 왔다 갔다 하며, 얼굴은 웃고 있지만 머릿속에서는 계산기를 두드리고, 마음은 냉정하게 유지하면서 내가 원하는 조건을 누가 어떻게 맞춰줄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들었던 말은


“대표님, 수출업자에게 말씀하시면 돼요.”


수출업자…….

그렇다, 수입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수출을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 당연한 것이 나는 없었다.


“그럼 알로라 와인은 와이너리 컨택을 누가 하세요?”

“저요.”

“아… 그럼 수출서류는 누가 준비해요?”

“저랑 와이너리 가요.”

“아… 그럼 내륙 운송은 어디서 진행 하나요?”

“저랑 와이너리 가요.”

“………….. 아 그렇군요, 그럼 알로라 와인은 대표님이 혼자 다 하시는 건가요?”

“네.”

“아, 그렇군요, 그럼 알로라 와인은 아주 특수한 경우 이군요.”


이 과정에서 알로라 와인은 와이너리가 독자적인 수출자가 되고, 알로라 와인이 모든 와이너리와 와인을 확인하고 수입을 결정하는 독자적인 방법을 갖게 되었다.


와인이 서울에 도착한 지금, 아직도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대표님 혼자 다 하세요?

나의 답은 네, 하지만 아니요.


지금 나는 여전히 혼자 수많은 서류들과 알다가도 모르겠을 행정적인 처리들을 하고 있지만, 나에게는 나한테 언제나 따뜻한 메시지를 보내주는 4개의 와이너리와 내가 잠 못 잘까 봐 걱정해주는 친구들과, 그 친구의 친구들과, 보세창고 이사님과, 빠르게 송금해 주는 은행 대리님과, 로마에서 나의 아바타처럼 움직이는 마시모가 있다.


그래서 나는 아마도 당분간은 어쩌면 계속,

이렇게 혼자 다 할 생각이다.

어느 순간에는 혼자서도 박사님처럼 척척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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