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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라 와인 Sep 09. 2017

THE 1986

1986년생 나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바로 당신의 이야기 

The 1986 


Me


 부유하지는 않지만 은행원 아버지와 가정주부 엄마와 함께 평화롭게 살아갔다, 5살 까지는. 6살이 되던 해 3월에 여자동생이 생겼고, 엄마의 사랑을 둘로 나눠야 한다는 불안감은 나의 어린 시절의 치열함을 만들었다. 항상 나보다 동생을 더 사랑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뭐든지 잘하는 아이로 잘하기 위한 정신적 밑거름이 되었다. 


 중학생 때부터 연애를 시작하였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보다 훨씬 잘난 남자들과 연애를 하였다. 내가 만났던 남자들은 모두 전교 1등, 의사, 의대생, 부잣집 도련님과 같이 나보다는 잘난 사람들이었다. 백치미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나는 아직도 경상도와 충청도의 위치를 잘 모른다.), 어쩜 그렇게 상향 평준화되어있는 애인들을 만났는지 모르지만, 그들을 동경하던 나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이끈 결과라고 생각한다. 연상부터 연하까지 싱글부터 싱글이 아닌 사람까지 만나면서 내가 느낀 한 가지는 여전히 외롭다는 것, 안겨 있는 그 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보고 싶고 계속 외롭다는 것. 그리고 불행히도 그 어떤 약속도 나의 외로움을 채우지는 못한다는 것이었다. 

  

 학교, 집, 학원, 도서관을 오가며 공부하며 서울 명문 학교에 입학한 나는 부모님의 등골을 휘어가며 뉴욕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보냈다. 장담하건대 내 인생 최고의 행복한 시간이었다. 나의 인생을 지배한 사상은 섹스 앤 더 시티의 모든 대사들이었고, 그레이 아나토미의 모든 음악들이었다. 덕분에 드라마틱한 감정의 진행과 과하다 싶을 정도의 리액션까지 갖게 되었다. 우습지만 연애의 힘든 상황을 섹스 앤 더 시티 의상 황에 끼워 맞춰가며 정신을 차리려 하였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서 망한 것 같다.

 

 친한 친구들은 해외 취업을 하거나 외국인 남편 혹은 남자 친구를 따라 저 먼 나라들로 떠나면서, 나의 여름휴가 선택권은 더욱 다양해지고 편리해지기 시작하였다. 시간의 반대편에서 자기 것을 만들면서 살아가는 그녀들을 보면서 부러운 마음에 심장이 쪼그라들었다. 나의 모든 능력을 끌어올려 외국인 남자를 만나야 하나라는 고민에 빠지고, 영어 말고 유럽지역의 언어를 배울걸 그랬다는 생각도 한다. (개인적으로 미국인들보다는 유럽 쪽 남자를 좋아한다.) 나만 뒤쳐진 것 같고 뒤떨어진 것 같고, 그렇게 부모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이렇게밖에 못 사는 나 자신에 대한 한심함이 나의 한 부분이다. 


 첫 직장을 외국계 회사로 정한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처음부터 국내 회사에 있었다면 그게 전부인 줄 알고 지냈을 것이다. 2년을 일하고 국내 패션 대기업으로 이직을 했고 이래저래 결국 그렇게 원하던 패션 MD 가 되었다. 되었다. 되었다...... 그래, 되었다...... 그리고 끝. 


한 번은 경험해 볼만한 직업이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지저분한 책상 만큼이나 정신없는 머릿속, 정리라는 것은 없다. 끊임없이 일을 벌릴 뿐. 


 The 1986, 나의 세대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나의 세대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삼성과 엘지에 있지 않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아마존, 에어비엔비, 구글, 애플로 대표된다. 휴가지의 에어 비엔비를 찾고 호스트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예약을 확정하고, 인스타 그램에서 맛집을 찾는다. 카카오 머니로 결제하고, 저녁 약속 후에는 카카오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작은 아이폰으로 손톱만 한 인스타 그램 어플을 터치해서 다른 사람들은 뭐하고 사는지 구경한다. 코딱지 만한 하트로 나의 마음을 표시하고, 바로 다음 페이스북으로 오늘의 소식들을 확인한다. 


 우리는 모두 다 그들이 아니라 내가 되길 원하고, 내가 원하는 것에 나의 것을 집중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준비보다는 눈에 보이는 현실에 대해서 집중하고자 한다. 커다란 회사 건물의 작은 책상과 그보다 더 작은 나의 키보드가 나의 인생을 대신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세대는 반공 세대에 대한 교육을 지나 평화통일을 지향해 오는 세대이며 (예전에 만나던 7살 많은 남자 친구가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어린이를 기억하냐는 질문에 그의 성적 매력이 상당히 하락했던 기억이 난다.), 평화와 세계화에 버물어져 있는 세대이며, 모든 차별에 저항할 줄 아는 세대이며, 모든 다름에 마음을 열 줄 아는 세대이다. 우리는 다양한 문화의 혜택을 받았고, 모든 것을 내 손 안의 작은 스마트폰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세대이며, 어디에서든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대이다. 우리는 더 이상전 세대의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만의 문화와 우리만의 발전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한다. 그것이 바로 1986에 태어난 우리들의 모습이다.

 

 이제 우리는 30대가 되었고, 그 나이가 주는 안정적인 즐거움들을 충분히 맛보았다. 우리는 안정적으로 회사에 취업하였고 (물론 정말 미칠 듯이 힘들었다. 우리 때도 취업은 힘들었다.), 보험 혜택을 받으며 건강 검진을 하고, 회사의 이름과 연봉으로 레드카드를 발급받으며, 1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을 가고, 킨포크에 열광하며 자라와 유니클로가 이끄는 패션 트렌드에 과소비한다. 


 그리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이 모든 안정적인 즐거움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바로 나 자신. 


 모든 변두리의 것들이 없어진 나 자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디로 가고 싶어 하는가. 

 나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 

 1986년에 태어난 그리고 그런 우리와 함께 지네는 당신에 대한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한다. 

 THE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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