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고생이 어머니와 함께 상담실로 들어온다.
어머니는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고, 딸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약간은 철없어 보이는 얼굴이다.
딸은 상담실을 들어 와서 의자에 앉자마자 “양악하면 막 얼굴 작아지고, 동안 되고 그래요?”라고 말하고 싱글벙글이다.
요즘 양악수술을 하는 저의 진료실에서 흔히 대하는 모습이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양악 수술은 극단적으로 이중적인 모습이다.
한편에서는 양악 수술의 미용적 효과를 과장해서 설명하고, 또 한편에서는 양악 수술의 위험성을 겁을 주듯이 무섭게 얘기한다. 그래서 미용에 관심이 많은 자녀들은 양악 수술에 대한 환상에 빠져 있고, 그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수술 부작용에 대한 공포에 사로 잡혀 있다.
실제로 양악 수술은 어떠한가? 아마도 환상과 공포의 중간 정도쯤 될 것이다.
아래턱은 주로 사춘기 시기에 가장 많이 자라고, 사춘기가 지나서도 1~2년 정도 더 자란다.
그래서 주걱턱 환자의 경우, 어렸을 때는 주걱턱이 없는 정상이었다가 사춘기쯤 아래턱이 많이 자라면서 주걱턱이 된다.
실제로 많은 주걱턱 환자의 부모들이 '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는 예뻤는데 자라면서 주걱턱이 되었다'고 말한다.
비슷한 이야기로, 주걱턱으로 양악 수술을 받는 경우에 수술이 끝나고 주걱턱이 없어지고 나면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어릴 때 얼굴”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양악 수술은 뼈에 대한 수술이기 때문에 수술의 효과가 드라마틱하지 않다.
우리가 보는 얼굴은 피부가 뼈 위에 덮혀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TV에서 양악 수술 전후에 많이 변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양악 수술 외에도 지방 이식과 같은 피부에 대한 시술도 함께 했기 때문이다.
쌍꺼풀 수술이나 코 수술과 같은 연조직 수술은 직접 보이는 얼굴을 바꾸기 때문에 극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양악 수술과 같은 뼈 수술은 은은한 변화를 일으킨다.
그래서 양악 수술로 인한 변화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라는 표현보다는 '인상이 바뀐다'라는 표현이 더 맞다.
다양한 원인으로 “원래의 내 얼굴”이 변형되어 주걱턱이나 비대칭 등이 생겼을 때,
이를 고쳐서 원래의 내 얼굴을 찾아주는 수술이 양악 수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악 수술에 대한 환상을 품는 것도 잘못이지만,
양악 수술을 한다고 해서 성형 수술을 받았다고 자책감을 갖는 것도 잘못이다.
양악 수술로 “내 얼굴”이 아닌 “내가 꿈꾸는 다른 얼굴”을 만들 수는 없다.
양악 수술은 무조건 이뻐지는 수술도 아니고, 수술을 받았다고 주변의 시기와 비난을 받아야 하는 수술도 아니
다. 양악 수술은 씹는 기능의 장애를 해결하고, 다양한 이유로 성장하는 동안 잃어버렸던 “원래의 내 얼굴”을 되찾는 의미 있는 수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