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아르바이트하며, 아침에 108배하는 29살
어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몸과 마음이 무리를 했는지 아침에 일어나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 무엇도 108배를 멈추게 할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오늘도 절로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의 기도문은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였는데 절을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운동은 같은 중량으로 며칠 반복하면 금세 근육이 적응하는데 왜 절은 익숙해지지 않고 매일 힘든 걸까. (혹시 몸무게가 증가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어서 언급하는데 내 몸무게는 폭식증이 나은 후로 거의 일정하다) 그 이유를 찾진 못 했지만 어떻게 생각하면서 지나보내야 할지 방법이 떠올랐다. 그 방법은 내가 살면서 힘든 때를 이겨내게 해주는 방법인데, ‘원래 사는 게 힘들지.’, ‘인생은 본래 고난의 연속이지.’라고 내게 말하는 것이다. (생각만 하기보다 입 밖으로 내뱉으면 더 효과가 좋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내가 지금 이 일로 힘든 것을 보면 지금까지 이것보단 덜 힘들게 살았나 보다’, ‘참 감사한 일이네’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절을 하며 기도문을 외울 때는 마음에 한 글자 한 글자를 새긴다는 생각으로 기도문을 속으로 외우는 것이 효과가 더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절을 하면서 기도문을 외우다 보면 점점 힘들어져서 입 밖으로 기도문을 외웠을 때 의미 없이 말만 내뱉기 쉬운데 속으로 외우는 기도문은 집중해서 외우지 않으면 문장을 완성시키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에서 힘든 일에 맞닥뜨렸을 땐 입 밖으로 ‘원래 사는 게 힘들지.’하고 내뱉는 게 더 효과가 좋은 것 같다. 왜냐하면 힘들 때 가장 쉽게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괴로움을 그저 놓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 ‘원래 사는 게 힘들지 뭐~’하며 가볍게 말을 뱉음으로써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절을 하는 고통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를 외웠고, 108배를 끝내고 아침 식사를 하고, 스트레칭을 하고, 씻고, 오전에는 일을 했다. 일을 하다가 또 점심을 먹었다.
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어른이기도 하고, 주중에 카페 마감을 하는 아르바이트로 불금을 즐기기 어렵다. 그런 내가 불금을 즐기는 방법을 찾았는데, 바로 ‘불터눈‘이다. 불타는 애프터눈! 점심 식사를 하며 레드 스파클링 와인 한 캔의 1/4를 마시고, 식사 후에 디저트와 함께 또다시 1/4를 마시며 불타는 낮을 즐긴다. 술이 약한 나는 이 정도로 알딸딸하니 충분하고, 저녁에 아르바이트를 가야 하니 이쯤에서 만족하고 남은 1/2 고이 보내준다. 이것이 주중 마감 아르바이트를 하는 새나라의 어른이의 불타는 금요일을 즐기는 방식이다. 금요일의 낮술은 황홀하다. 저녁에 꿀잠도 가능!
술기운을 빌려 오후에는 글을 두 편 썼다. 108배&아르바이트 이야기와 그제 남자친구와 부딪히는 과정 중에 생각난 나의 어떤 본질적 문제에 대한 글이다. (글 ‘내가 나의 베프가 되기로 했다.’) 내가 쓰는 글의 취지는 자신의 어떠한 치부(라고 생각하는)도 세상에 당당히 드러내고 서로 다른 아픔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나부터 내가 생각하는 나의 지질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말이지 글을 쓸 때마다 내가 이렇게 부족하구나 느끼고, 동시에 그래도 알고 있으니 나아질 여지도 있겠구나 싶다.
글을 쓰고, 조금 쉬다가 도시락을 챙겨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 어제 일했던 매니저님과 또 일하는 날이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폭발했다.. 폭발하기 전까지는 어제와 비슷하게 흘러갔다. 내가 출근하고 매니저님이 저녁 식사를 하러 가고, 1시간 후에 30분 동안 나의 휴식 시간이었다. 저녁을 먹고 복귀해서 일하는데 오늘은 내가 출근한 6시부터 마감인 10시까지 정말 쉼 없이 바빴다. 날이 갈수록 손님이 많아지고, 8시부터는 마감 업무도 함께 해야 해서 조리대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적어지는데 함께 일하는 매니저님이 사용하고 바로바로 치우지 않아서 자꾸 내가 매니저님이 사용한 걸 치우고 내 할 일을 해야 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치우고 내 일을 하기를 반복하니 이해가 되지 않고 짜증이 쌓이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내가 폭발한 이유는 매니저님이 습관적으로 ’아휴~‘, ’아씨 힘들어.‘를 하는데 짜증이 쌓일 대로 쌓여 그게 화가 됐고, 설거지를 하다 기물을 쾅 내리쳐버렸다. 그때부터 파국이었다. 내 화가 매니저님한테 전달됐고, 매니저님도 쿵쾅거리며 일하기 시작했다. 점점 서로 감정이 상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말은 안 했지만 얼굴을 붉히기 직전까지 갔고, 어찌어찌 끝내고 퇴근했다.
오늘 출근할 때 도시락을 싸면서 매니저님에게 줄 간식 선물과 쪽지를 챙겼는데 일하면서 이걸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됐다. 그래도 챙겨 왔으니 건네고 퇴근했고, 톡으로 오늘도 수고 많았다며 간식이 고맙다며 톡이 왔다. 그럼에도 마음이 무거웠다. 결국 내가 화를 상대방에게 줬고, 화는 더 큰 화를 불러일으켰다. 충분히 그럴 만한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그랬으면 안 됐다. 어렵겠지만 폭발하기 전에 말로 이런저런 부탁을 할 수도 있었다. 아직 내가 이렇게 부족하다. 상대의 감정에 휘말려 결국 화를 내고 (그게 말이 아니었더라도) 더 큰 화를 경험했다. 어떻게 했어야 현명했을까 아직도 고민스럽다. 일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기준을 버리고 상대가 일하는 방식도 존중해줘야 하는 건지, 그런데 그게 나를 너무 고되게 만든다면 말을 해봐야 하는 건지. 이럴 때 법륜 스님이라면 어떤 해답을 내놓으셨을까 생각해 봤는데, 네가 불편한 거니까 그냥 네가 치우고 하든지, 아님 그냥 너저분하게 내버려 두든지 하라고 했을 것 같은데 아직은 둘 다 내게 어렵다…
사는 게 원래 힘들지~ 하하하하하하하하
(살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