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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지 Sep 29. 2024

스키즈가 더욱 멋있는 이유

어릴 땐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었다. 서른, 마흔 이런 나이에는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살까?" 궁금했다. 욘사마, 김호중 따라다니는 50-60대 중년들을 보면, "도대체 저 나이에 왜 저럴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최근 입덕을 했다.


‘스트레이키즈'라는 아이돌 그룹에 말이다. 우연히 K-POP 콘서트에 갔다가 피날레를 장식한 이 그룹의 춤과 노래에 푹 빠지고 말았다.


영상을 보면 볼수록 더욱 빠져들게 되는 까닭에, 지금은 내 유튜브 앱을 켜면 스키즈의 영상만 뜨게 되었다.


유튜브 알고리즘, 진짜 무섭다.



 

승민, 한, 아이엔, 펠릭스, 방찬, 현진, 리노, 창빈...

BTS 이후 아이돌 멤버 이름을 다 외우기는 처음이다.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랩, 라이브 등 못하는 게 없는 데다가, 곡도 직접 만드는 이 천재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엄마, 또 덕질해?

시끄러워서 나 방문 닫고 있을게~


아이가 방으로 문닫고 들어간 후, 나는 홀로 펠릭스와 리노가 참가하는 <토미힐피거 런칭쇼>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옆에서 에스코트하고 있는 여성과 키가 똑같은 것이다. 설마...?


검색해보니 멤버 전원의 키가 170 전후라고 한다.


아니, 이런....


너무 기뻐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



 

나는 무지한 엄마였다.


내 자신이 키 따위는 중요시 하지 않는 까닭에(키 크면 허리만 아프다고 생각했다..!), 아이 키를 관리해줘야 하는 중요한 시기를 놓쳤다.


요즘 같은 인스타그램 시대에, 다들 호르몬 맞고 쭉쭉 뻗은 시대에, 외모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키를 왜 신경을 안써줬을까, 자책하며 맘고생을 했다.


그동안 전혀 의식하지 않고 살았던 주변 사람들의 키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 분, 원래 저렇게 작았었나?


작은 키가 컴플렉스인 몇몇 지인들도 생각났다. 나도 키에 컴플렉스가 있었으면 조금 더 신경을 썼을까?


에휴, 한번 신경쓰기 시작하니 키만 눈에 들어오네.

 

다행히 아이는 키가 안커도 무방할만큼(내 생각에) 잘 자라주었다.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건실한 청년으로. 또 첫째의 시행착오 희생 덕분에 둘째 키는 조금 관리해줄 수가 있었다.

(이 세상의 모든 첫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ㅠㅠ)




그러던 중 스키즈는 커다란 희망의 등불이 아닐 수 없었다. 빛나는 재능과 실력 앞에서 키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음을 입증해주었기 때문이다.


거봐, 천재들은 원래 키가 작은 법이야.

키가 작아서 춤도 더 잘추는거지.

여태까지 키 작은 줄 전혀 몰랐잖아?



스키즈들은 '키' 외에도 반전이 꽤 많다.


우선, 카리스마 쪄는 얼굴 이면에 귀여움이 가득하다.

또 날씬하고 이쁘장한 외모와 달리 춤은 매우 파워풀 하다.

월클이지만 소박하고 겸손하다.

마지막으로 천사같이 아름다운 펠릭스의 한국이름은 ‘’용복 리'이다. ㅎㅎ




어머니! 어머니! 정신차리세요.


덕질하는 나를 한심한 듯 바라보는 남편의 질투섞인(?)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그렇지만 나는 언제까지나 영원히,

스키즈를 응원하는 '스테이'로 남을 것이다.


사진 출처: 스트레이키즈 미니앨범 9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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