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여사) 자기 햅쌀 가져다 먹어
(나) 햅쌀이요?
아니, 집에서 밥도 잘 안해 먹는데 햅쌀이라니...벌써부터 마 여사네 다가구주택 4층 계단을 햅쌀 20kg 포대를 지고 내려올 생각에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마 여사님은 나의 멘토이자, 강남의 다가구주택 건물주다. 아래층은 세를 주고 맨 위층에 살고 계신다.
6월에는 토마토,
7월이면 오이지,
9월이면 햅쌀..
매년 되풀이되는 마 여사님의 주요 공급 품목들이다. 마 여사님은 시골에서 농사 짓는 친정 조카들한테 이 품목들을 사서 택배로 주변 지인들에게 부쳐준다.
어떻게 매년 빼먹지 않고 이것들을 챙기시지?
의문이 들 정도로 마 여사님은 매해 잊지 않고 챙겨주셨다. 그러다가 깜박하고 인사를 안하기라도 하면, 또 그렇게 서운해하실 수가 없었다.
(마 여사) 자기, 오이지는 잘 먹었어?
(나) 아, 네,,,,너무 맛있더라구요...
벌써 다 먹었어요 ^^;;
마 여사네 다가구주택에 햅쌀을 가지러 간 날, 마 여사는 나를 앉혀놓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마 여사) 이 고춧가루 좀 봐봐. 색깔이 너무 곱지?
글쎄, 쌀 보내줬다고 친구가 이렇게 고춧가루를 보낸거야. 고춧가루 열근...이게 도대체 얼마야...
5만원짜리 쌀 보내고 20만원어치 고춧가루 받았네?
마 여사의 목소리는 한껏 up되어 있었다.
(나) 쌀을 도대체 몇 군데 보내신거예요?
어디 다섯 군데쯤 보내셨어요?
(마 여사) 다섯 군데가 뭐야....13개를 사서 보냈어.
그리고는 이내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마 여사) 요즘 내 기도가 뭔지 알아?
죽을 때까지 사랑만 베풀다가 가게 해달라고.
고생시키지 말고 예쁜 모습으로
하나님 곁으로 가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해…
햅쌀을 지고 오면서 생각했다.
오늘 저녁에는 햅쌀로 밥을 지어서,
삼겹살 구이랑 같이 먹을까?
마 여사님의 목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나는 죽을 때까지 사랑만 주다가 갈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