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에 나온 인물 중 나와 가장 상반된 유형을 찾으라고 한다면 10기 정숙이다. 성격도 그렇지만, 요리솜씨가 그렇다. 식당을 운영 중이라고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음식을 척척 해주는 모습을 보고 부러운 마음이 들어 남편을 슬쩍 떠보았다.
(나) 요리잘하는 여자 넘 좋지 않아?
(남편) 맛있는 음식은...사먹으면 되지.
역시 남편은 넘어가지 않았다. 휴우, 다행이다...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뚝딱뚝딱 요리를 만들어내는 정숙을 보며 부러운 마음은 가시질 않았다.
너는 요리도 좀 배우고, '생활지수'를 높여야해.
언니는 늘 이렇게 말했다. 생활지수? 그거 어떻게 올리는건데? 배운 적도 없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다. 맞벌이로 아이들 어릴 때부터 늘 상주하시는 이모님이 있었기에, 살림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Division of labor 이란 말도 있잖아?
각자 상대적 경쟁우위에 있는걸 잘하면 되지.
그러다가 '생활지수'가 무엇인지 생생하게 경험할 기회가 있었는데, 코로나 시기 동안 아이들 밥해 주시고 돌봐주시길 부탁하려고 구한 이모님이 가히 '살림의 달인'이었던 것이다.
‘너무 과도한 부탁 아닌가’ 내심 걱정하면서 미션을 맡겨드리면, 이모님은 “그거 해줘요?”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시며 그것 + 몇 가지를 더 해놓으시곤 했다. 이모님이 1-2시간 내 만들어놓는 반찬들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나는 한 집 살림하는 것도 허덕이는데, 이모님은 본인 집 뿐아니라, 오전 타임 및 오후 타임 일하는 집까지 자그마치 세 집 살림을 꾸려가고 계셨다. 퇴근 후 정리된 집안을 볼 때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분은 정말 살림을 즐기는구나.
전문가로구나...
잡동사니 가득한 서랍은 이렇게 재활용 박스를 이용해 공간을 구획한 후 정리해주셨는데, 10봉지씩 묶여있는 쓰레기봉지를 한 장씩 분리해 이쁘게 접어놓으신 것을 보고는 그저 경악할 뿐이었다.
어짜피 이렇게 쓰나 저렇게 쓰나 마찬가지인 쓰레기봉투를, 굳이 한 장씩 분리해서 반듯하게 차곡차곡 접어놓는 이유는 뭘까?
처음엔 의아했지만, 막상 한장씩 이쁘게 접혀진 쓰레기봉투를 쓸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이 분을 통해 “집안 살림도 잘 하면 예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말로만 듣던 ‘손이 빠르다’는 것도 무슨 말인지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이모님이라면, 살림 노하우를 전수하는 유튜버를 할텐데...
코로나 시기에 만난 '귀인' 이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하기로 결심한 건, 역시나 경제적 이유 때문이었다. 이모님은 매일 오후 6시간 이상 일할 곳이 필요했고, 나는 이모님께 월급의 40%를 드려야 했다.
식비도 막대하게 나갔다. 매번 이모님 주문에 따라 식재료 장을 봐야했고, 그렇다고 주말에 외식은 못줄이고...버는대로 족족 돈이 나갔다. 맞벌이 하고도 남는 게 없어 허무함이 극도에 달할 무렵, 나는 이모님 없이 지내 보기로 결단을 내리고 준비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생활지수? 어떻게 올린담?
직장맘으로서 '집안 정리'와 '삼시 세끼 독립'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병행해 나갈지, 과제가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