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기’는 한 달 동안 매 주말마다 진행되었다. 사실 우리집 살림은 거의 ‘책’이 전부여서, 책만 대대적으로 버리면 바로 ‘미니멀 라이프’가 가능했다. 아이들 어릴 때 할부로 사들인 전집들, 파주출판단지에 가서 쓸어온 단행본들, 남편의 두꺼운 양장본 등을 헐값에 팔려니 아까운 마음도 들었지만, 책 소유비용 또한 만만치 않음을 상기하며 과감하게 버렸다.
'책 소유 비용'이란 무엇인가? 얼마전 읽은 신문 칼럼에 따르면, 소설책을 세워 꽂아둘 때 차지하는 단면은 대략 0.006㎡(약 0.002평). 서울 아파트 평당 분양가가 3000만원을 넘어선 것을 고려할 때, 책을 책꽂이에 꽂아놓기만 해도 6만원의 보관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책을 버릴 때 가장 큰 걸림돌은, 뭐니뭐니 해도 ‘한번만 더 읽고 팔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렇지만 책을 팔고 또 팔아도, 읽을 책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었다. 오히려 걸리적거리는 책들 때문에 정작 중요한 책이 파묻힐 수도 있다. 만약 책을 버린 후 다시 읽고 싶어진다면, 전자책으로 봐도 되고 한 권 다시 사도 된다.
공간의 주인은 사람이다. 쓸데 없는 물건들에 내 소중한 공간을 내어주고는 물건의 노예가 되어 살지 말자. - 인생을 바꾸는 정리기술
알라딘 중고서점에 몇 박스 보내고, 매입불가 책은 날 잡아서 맘카페에 올리고, 그래도 안팔리는 것들은 책을 그램(g)으로 달아서 매입하는 중고책 판매상에게 팔았다. 나중에는 책을 유형별로 묶어 나름 후킹한 제목을 붙여 팔기도 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 꼭 읽어야 할 책 6권 1만원
영재고.과학고를 꿈꾸는 어린이 필독서 8권 1만원 등등
결국 1,500권 여의 책을 얼추 다 팔 수 있었다. 책 팔아 번 돈은 약 130만원에 달했다. 우리집 살림의 대부분인 것 치고는 미약한 금액이었지만, 중고책을 팔아서 100만원 넘게 벌 줄이야...어쨌든 1,500권을 없애고도 아직도 2/3 정도가 남아있었다. 도대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책을 짊어지고 살아온 것인가?
책장을 버렸을 때 시원하게 모습을 드러낸 벽면을 보고 가슴이 뻥 뚫리는 걸 느꼈어요.
어마어마하게 쌓인 물건들을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겠지만 변화는 아주 작은 틈에서 시작된답니다.
- ‘도망가자, 깨끗한 집으로’ 저자 신우리
책을 버린 다음에는, 집안 일을 도와줄 가전, 스타일러와 식기세척기를 사들였다. 돈이 없어서 12개월 할부로 사야했다. 식기세척기는 원래 6인용을 쓰다가 이사다니느라 처분했었는데, 이번에 장만하는 김에 12인용을 들였다. 스타일러는 좋다는 소문 듣고 구매했는데, 정말 스타일러 들인 이후 세탁소 이용빈도가 90% 줄었다. 직장인의 필수템이라고 할 만하다.
이렇게 이모님 독립을 준비하며 대대적인 버리기를 한 끝에 집안이 꽤 심플해졌다. 그럼에도 청소하기 쉬운, 미니멀한 집을 향한 욕망은 사그러들지 않았고, 결국 2년 후 나는 35평에서 20평 아파트로 이사를 감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