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승진을 했다. 월급이 올랐다.
작년처럼 물가상승률만큼만 올랐으면, 20여년 전 결혼할 무렵 받아오던 월급의 2배 정도 되었을텐데 예상치 못한 승진을 하면서, 그보다 좀 더 오르게 된 것이다. 남편 월급(X)은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2X + a'이 되었다.
그러고보니 지금 내 월급은 역시 20여년 전 신입사원 때 받던 초봉의 딱 2배이다. 내 월급(Y)은 20년이 지나 '2Y'가 된 것이다.
X + Y = >> 2(X + Y) + a
우리 부부의 20년간 연봉 변화를 수식으로 나타내보았다.
얼마 전 들어온 신입 직원은 일찍부터 이 회사에 뜻을 품고 입사 시험을 준비해왔다고 한다.
진짜요? 원하던 회사에 들어와 좋겠네요.
기특해서 되물으니, 그건 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이번에 로스쿨 졸업하고 비슷한 시기에 (로펌) 취직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월급이 2배라는 것이다. 꽤나 현타를 겪은 표정이었다.
아직 젊으니까...잘 생각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빨리 결단해야겠어요.
갓들어온 신입직원한테 해줄 말은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진심을 전하고 말았다. 순간 이번에 대학에 들어가는 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수년 후 아들도 부딪히게 될 레알 현실이다.
지금 2배면...20년 후는 몇배야? 4배도 넘겠네.
그러고보니 예전에는 '금전적 보상' 말고도 많은 직업선택의 기준이 있었던 것 같다. 적성, 흥미, 성취감, 명예, 사회적 지위, 안정성, 사명감..
그런데 요즘은 전 생애에 걸쳐 계산한 '연봉' 이외에 다른 기준은 많이 퇴색한 느낌이다. 오래 지속된 인플레이션과 자산가치 상승 영향 탓에 자본주의 계산법이 더욱 명확해졌다. 철저히 비용-이득 계산에 기반해 문이과를 정하고 전공을 결정하고 직업을 선택한다.
나 역시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엄마다. 그래서 '수학'이라면 질색하는 아이를 상경계로 들이밀었던 것이다. 그래도 상경계는 좀 낫지 않을까 싶어서. 아들은 ‘수학’이 매우 중요하다는 ‘경제학과’에 덜컥 합격했고, 나는 입학 이후를 진지하게 걱정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그 날 신입사원과의 대화 이후 주책맞게 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역시 문과는 '로스쿨' 외에는 노답인가...
요즘 AI다 뭐다 변호사도 위기라고 하던데, 그래도 변호사 뿐인거야? 수학도 못하는데 상경계보다는 차라리 법조계가 낫지 않을까?
아직은 '연봉 2배의 의미'를 잘 깨닫지 못하겠다는 아들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해줘야 할지, 아들은 대학에 합격했지만 나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 사진 출처 : 사진: Unsplash의Giorgio Trova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