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대학에 붙었다.
엄마, 저 합격이래요.
이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 지난 3년간 돈을 쏟아부은 것이다.
값진 한 마디였다.
아이는 고교무상교육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오히려 그로 인해 불이익을 겪었다. 고교 무상교육 실시 이전에는 남편과 내 회사에서 다만 얼마라도 지원금이 나왔었는데, 고교무상 교육이 실시되면서 양쪽 회사 지원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부담스러운 금액의 학비를 쌩돈으로 내야했다.
학비 뿐이 아니다. 사교육비는 또 왜이리 비싼지.
학원비를 낼 때마다 내 월급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멋도 모르고 아이를 구박했다. 이 비싼 사교육을 꼭 받아야만 하느냐고. 인강 좀 이용하면 어디가 덧나냐고. 나중에야 깨달았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는 못하는 아이대로,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잘하는 아이대로 그에 맞는 사교육이 필수재라는 사실을. 인강으로 공부할 수 있는 아이는 지극히 소수에 불과했고 우리애는 해당이 없었다.
어쨌든, 아이의 대학 합격과 함께 나는 에듀푸어를 졸업하게 되었다.
그동안 미뤄온 노후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집 소득과 지출 구조를 파악해 보았다.
그동안 에듀푸어로 저축을 거의 하지 못했다. 이제는 사교육비도 안들겠다, 지출을 줄여 소득의 50% 저축하는 게 목표다.
물론, 대학 간다고 해서 학비나 사교육비가 전혀 안드는 것은 아니겠지만, 입시 전과는 비교가 안될 것이다. 아이는 기특하게도 아르바이트 등을 해서 돈을 벌 생각도 하는 것 같다. (공부하기에도 바쁠 것 같지만...)
행여 대학원이라도 보내달라고 하면 진짜 이생망이다. 그래서 대학원은 장학금을 받거나 스스로 벌어서 가라고 계속 주입하고 있다.
이제야말로 나의 노후를 위해 저축과 투자를 해보려고 한다.
퇴직 전까지, 몇 년이나 남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