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걱정거리들을 초콜릿 박스 안에 넣어두었다.
내게는 초콜릿이 달콤한 위로의 상징이면서도
굳이 먹지 않아도 되는데 먹으면
사르륵 녹는, 사치스러운 것이다.
나는 그런 달달하고 사치스러운 박스 안에
내 걱정거리들을 몽땅 넣어두었다.
나라는 사람은 상상력도, 겁도, 걱정도 참 많다.
그래서 아무리 평탄하고 잔잔한 상황에서도
아주 작은 상상력을 발휘해서라도
커다란 걱정거리를 만들어내고 혼자 겁먹어 버린다.
MBTI에서는 N을 가진 자들의 속성이라고도 하더라.
실제로 내 MBTI에는 N이 늘 나왔다.
그래서인지 한 번 상상을 시작하면 끝도 없다.
그것이 긍정적이고 행복한 상상이라면,
나는 벌써 하늘을 날아 우주에 도착해 있다.
그런데 부정적이고 불안한 상상이라면,
그 상상이 현실이 될까 봐 걱정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겁을 먹고 이불 속에 들어가서 숨어버린다.
겁이 많고 걱정거리가 많은 사람의 특성상
새롭고 무모한 도전을 많이 해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파란만장한 사건 없이
인생을 나름 평화롭게 잘 살아온 것 같다.
늘 평화라는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걱정이라는 돌을 올려놓고
무게를 맞추고 있는 인생이랄까.
이런 평화에는 좋은 점도 안 좋은 점도 반반씩 있다.
먼저, 늘 비슷하게 현상유지를 하며 크게 실패하거나
상처 입은 일 없이 잘 살아온 것이 좋은 점이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다고 머릿속으로 꿈꿔 본 일을
늘 상상만 하고 시도조차 하지 못한 적이
너무 많다는 점이
아마 평화 이면의 안 좋은 점일 것이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상상 속에는
도전을 시작해서 열정적으로 해나가는 나의 멋진 모습,
끝내 목표를 이뤄내서 모두에게 축하를 받는
아름다운 금빛 상상이 촤르르 펼쳐진다.
그러나 그 상상 속에는 어느덧 실패라는 쓰디쓴 결과에
나 자신에게 실망하는 내 모습이 보인다.
주변 사람들에게 떵떵거리며 ‘나 이거 꼭 해낼 거야.’
해놓고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해서,
‘거봐, 내가 하지 말랬지? 그거 쉬운 길 아냐.’
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암울한 상상도 펼쳐진다.
그 상상에 이르면 내 주변 시야가 캄캄해진다.
나를 둘러싼 풍경이 금세 깜깜한 암흑처럼 변한다.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말 그대로 칠흑 같은 그 어둠이 짐짓 두려워서
나는 결국 아무 시도도 하지 못하곤 했다.
잘못되지 않을까,
잘못하면 어쩌지.
잘못의 주체가 수동이었다가 능동이었다가
자꾸만 상상 속에서 엎치락뒤치락 바뀌곤 한다.
그렇게 걱정이라는 돌로 무게를 짓눌러
평화를 지켜온 나의 지금까지의 삶이
어쩌면 내게 말을 걸었을까.
이제는 그만 걱정거리들을 박스 안의 초콜릿 정도로 가볍게 넣어두자고.
그래서 걱정거리들을 내 초콜릿 박스에 넣어두었다.
너는 그저 걱정이라는 초콜릿일 뿐이야.
그저 달면 밀크 초콜릿이고
쓰면 다크 초콜릿이겠지.
어떤 초콜릿을 고르든 어쨌든 달잖아.
조금 달면 밀크, 조금 더 쓰면 다크일 뿐.
게다가 어둡고 씁쓸한 다크 초콜릿에서도
고풍스러운 단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그러니 다크 초콜릿도 가끔씩은 꺼내 먹어야지.
당장 달달하다고 밀크 초콜릿만 꺼내 먹다가는
초콜릿 박스에 어느덧 다크 초콜릿만 가득 남아서
밀크와 다크의 균형이 깨져있을 테니까.
골고루 꺼내먹을 줄 아는 참을성과 지혜를 지녀보자.
초콜릿에 대한 나의 새로운 마음가짐이다.
걱정에 대한 나의 달라진 결심이다.
별거 없는 결심 같아도
요즘 내 걱정거리 근황에는 꽤나 도움이 된다.
걱정거리가 많은 당신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지닌 걱정의 대부분은
아직 일어나지도,
일어날 가능성도 없는,
마치 공포영화 속 실체 없는 유령 같은 것일 뿐이다.
실체가 없는 걱정 덩어리에
상상을 더하면 그 덩어리는 더 커져버릴 것이다.
그러니 걱정 덩어리를 내려놓자.
그 걱정이 어두컴컴하고 쓴 맛일수록 더더욱.
내려놓는 게 어렵다면,
차라리 아주 작고 예쁜 박스 안에 가둬버리자.
오늘도 나는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려 해서
방금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렸다.
커피와 함께 초콜릿을 먹기 위해서다.
그리고 내 초콜릿 박스에서 초콜릿을 꺼냈다.
밀크 초콜릿 하나,
다크 초콜릿 하나.
초콜릿을 두 개 먹고 싶어서 대는 핑계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밀크와 다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두 개 모두 먹어야지.
이게 다 평화로운 삶을 유지하는 비법이자
새로운 도전을 위한 나만의 노력이다.
걱정을 사치스러운 달달함으로
바꿔버리는 초콜릿의 마법을 경험하는 시간이다.
당신의 초콜릿 박스에도
달달한 밀크 초콜릿과 쓰디쓴 다크 초콜릿이
균형을 이루며 평화롭게 잘 들어있기를 바란다.
그래도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달달한 밀크 초콜릿이
당신의 박스 안에 약간이라도 더 많기를.
쓰디쓴 다크 초콜릿을 집어 들어야만 할 때에는
그 쓴 맛을 치고 올라오는
고품격 단 맛의 풍미를 한껏 느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