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인공적으로 만들기로 했다

by 알룰로스

반짝반짝, 찬란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몇 안될 것이다.

내가 다이아몬드를 처음 접한 것은 한참 전의 일이다.

지금의 남편과 연애 중이던 어느 크리스마스이브날,

남편은 내게 꽃다발 한아름을 안겨주며

“나랑 결혼해 줄래?”라는 질문을 했다.


당연히 이 남자와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늘 가득했던 나는

부끄러움과 놀라움, 행복 가득한 표정을

살짝 숨기면서 농담을 던졌다.


“글쎄, 반지라도 주면서 말하면 생각해 볼게?”


그러자 남편이 어이가 없다는 듯

(역시 넌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었다.)

코트 주머니에 쭉 숨겨놓고 있던

네모난 상자를 내밀었다.

그 상자를 똑딱하고 열어주니,

뜻밖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있었다.


나는 반지를 보자마자 소리를 한껏 지르며

기뻐서 방방 뛰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때 장소가 호텔 내에 있는

조용한 분위기의 바(bar)였던 터라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무음으로 소리를 가득 질렀던 기억이 난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매일 매 순간 다이아몬드 반지를 낀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을 이리 비추고 저리 비춰보며

행복에 취해 그 반짝임을 계속 구경하곤 했다.


엄청나게 비싼 브랜드도 아니었고,

다이아 알이 그렇게 크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휘황찬란한 다이아몬드의 빛은

그 이후로 어디에서도 느껴본 적이 없다.

아마 남편의 사랑이 가득 느껴져서 그랬을 것이다.


그 후로 다이아몬드를 새로 구경할 일도,

구입할 일도 없었으니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런데 얼마 전

랩다이아몬드(Lab-Grown Diamond)라는,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다이아몬드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천연 다이아몬드와 화학 구조, 모양과 반짝임 등이

전문가의 눈에도 거의 완벽하게

똑같다고 해서 놀라웠다.

천연 다이아몬드의 채굴 방식이 비윤리적인 데다가

랩다이아몬드는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특성상 가격까지 훨씬 저렴하다는 점도 맘에 들었다.


실험실에서 인간에 의해 탄생한, 인공적인 다이아몬드.


어떤 이들은 여전히 자연에서 우연 발생한

천연 다이아몬드만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여

랩다이아몬드를 하등 수준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여전히 해리 윈스턴, 티파니 등 다이아몬드 브랜드의

수천만 원짜리 다이아몬드를 최고급으로 여긴다.


그런데 내 생각은 전혀 다르다.

랩다이아몬드는 인간이 노력해서 창의적으로 가공한,

그야말로 인공(人工) 다이아몬드이기에

더 가치 있고 찬란하다고 느껴진다.


자연에서 탄생한 찬란함을

인간은 실험실에서 그대로 모방하여

똑같이 인공적으로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무척 값지게 느껴진다.

자연을 모방하여 스스로 같은 물질을 만들어낸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늘 그런 식으로

발전해 왔다고 생각한다.


나는 다이아몬드 시장을 교란시킬 엄청난 물질,

랩다이아몬드라는 보석에서

’행복‘이라는 감정을 떠올렸다.

사람들이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빼놓지 않고

늘 기다리고 기다리는 그 간절한 ’행복‘이라는 것.


행복이라는 감정도 랩다이아몬드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행복은 주어지는 것,

타고나는 것, 어떤 상황이나 물질,

누군가를 통해 얻는 감정이라 여긴다.

행복이 우리에게 와주어야만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아직은 행복하지 않지만, 그때가 되면 행복해질 거야.’


행복을 지금 당장 느낄 여유는 없고

자신이 정해놓은 훗날의 그때에는

비로소 행복해지리라 상상한다.

그러나 행복은 사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랩다이아몬드처럼 곧장 모방하고

가공해 낼 수 있는 감정일지 모른다.


어쩔 수 없이 기분이 꿀꿀하고 축 쳐지거나

내 뜻대로 마음대로 잘 되지 않아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오는 그런 날에도

아주 잠깐만 투자하면 행복을 가공해 낼 수 있다.


스스로에게 이 말 한마디면 된다.


“나는 지금 이 순간부터 행복하기로 결심했다.”


행복할 결심만 먹으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진짜 행복이든 만들어진 가짜 행복이든 말이다.


천연 다이아몬드이든, 랩다이아몬드이든

어쨌든 화학 구조와 모양새는 일치한다.

전문가도 육안으로는 구분이 힘들다는데

일반인들이 천연인지 랩인지 그 출신을 어찌 알겠는가.


행복 역시 그저 내가 만들어내어 느끼면 그만이다.

남들이 내 행복이 천연인지 인공인지 알 수 없다.


나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노래를 좋아한다.

특히 그 특유의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삶의 태도가

물들어있는 가사 내용을 무척 좋아한다.

그녀의 이번 <오팔라이트(Opalite)>라는 곡에서는,

자연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인공적으로 만든 ‘오팔라이트‘라는 보석을

행복으로 비유한다.

그녀는 지미 팰런 쇼에서 그 곡에 대해

이런 인터뷰를 했다.


“오팔라이트는 인공으로 만든 보석이에요.

인공 다이아몬드를 만들듯이,

오팔도 사람이 인조로 만들 수 있거든요.

인생에 대한 멋진 비유 같았어요.

삶은 항상 원하는 걸 주진 않으니까요.

뜻대로 되지도 않고,

마음이 부서질 때도 있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고 엉망진창일 때도 있죠.

하지만 행복은 스스로 '선택'해야 해요.

행복이 그냥 문을 두드리고

제 발로 찾아오는 건 아니잖아요.

가끔은 직접 행복을 만들어야 해요.

인공 오팔을 만드는 것처럼,

때로는 우리가 직접 행복을 '만들어' 나가야만 하죠.“


테일러 스위프트의 인터뷰 내용처럼

행복이든 사랑이든, 무언가를 느끼고 갖고 싶다면

자연에서 우연히 생겨나고 수십, 수백 년을 기다려

누군가의 눈에 뜨이도록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직접 만들면 되지 않을까.


나는 랩다이아몬드, 오팔라이트 같은 인공 보석처럼

언제 어디서나 마음속에서

인공 행복을 만들어내기로 결심했다.


행복이라는 반짝이는 천연 보석을 찾아낼 때까지

굳이 헤매지 말아야지.

내가 직접 행복이라는 인공 보석을 만들어내서

천연 보석만큼이나 똑같이 찬란하게 반짝여야지.


실제로 랩다이아몬드의 탄생과 활성화로 인해

천연 다이아몬드의 가치가 날로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나갈 인공 행복의 가치 역시

나날이 더 소중한 가치로 매김 하지 않을까 싶다.


아는 것, 할 줄 아는 것은 점점 더 많아져도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은 모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세상이니까.


그런 세상에서 행복을 직접 만드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 될 테니까.


지금 당장 억지로 입꼬리를 싱긋 올리면서,

행복이라는 보석을 스스로 만들고

가공해서 반짝이도록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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