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의 어느 아침, 남편과 둘이서 어떤 카페에 들렀다.
오랜만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함께 등원시켜 놓고
시간이 나서 들른 카페였다.
커피 한잔과 함께 아침으로 먹을 빵을 골랐다.
갓 나온 소금빵이 참 따끈하고 바삭해 보였다.
이제 어떤 카페를 가든 소금빵은
정말 흔히 보이는 것 같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두 잔이랑
소금빵 두 개도 같이 주세요.”
커피잔 위로 모락모락 피어나는 뜨거운 김을
입술로 후후 불어놓고는 바로 내려놓았다.
공복이니까 커피 한 모금보다는
빵 한 입 먼저 먹어야지.
통통하게 잘 구워진 소금빵은
손으로 살짝 눌러보니 역시 바삭! 하는 느낌이 났다.
먹어보니 역시 겉은 바삭 속은 촉촉했다.
“소금빵은 역시 어딜 가서 골라도
실패 안 하는 것 같지 않아?”
“그러게. 여기도 소금빵 괜찮네.“
어떤 카페에 가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소금빵.
남편과 나는 그렇게 흔한 소금빵을
시작으로 소소한 대화를 가졌다.
흔하디 흔하고 흔해빠진 것.
내 눈앞에 놓여있는 소금빵 같은 존재.
그러나 이만큼 귀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저 멀리,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사람들 하나하나가 그냥 까만 점처럼만 보이듯이.
그냥 다 흔하고 똑같아 보이면서도
저마다의 귀한 반짝임이 존재한다.
우주에서 바라볼 때 우리는 모두
눈에 보이지도 않는 먼지 같다.
매일 투닥거리고 복작복작하게
걱정하고 경쟁하고 정신없이 서로를,
스스로를 괴롭히며 살지만
우리는 사실 우주적으로 먼지들일뿐이다.
지구라는 행성에 우연히 발생해서는
필연적으로 고군분투 중인 다양한 먼지들.
요즘 사람들은 ‘잘 지내나요?’라고 묻는 대신
어디에 살고, 몇 평의 아파트에 사는지 묻는다.
어떤 일을 하는지 물어보면서도
사실 그 직업에 대해서는 궁금해하지 않는다.
정말 궁금한 건 그 직업의 연봉이다.
그 사람의 인생이 성공했는지를 판가름하기 위해
다 하나하나 기준점을 만들어놓는다.
그 기준점은 해가 지날수록 점점 높아져서
벌써 몇 년 전의 기준은 최소기준이 되어버리곤 한다.
그런 기준들은 늘 변하고 달라진다.
심지어 그 기준을 누가 정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절대 변하지 않는 법칙이 하나 있다.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불변의 법칙.
우리 모두 결국 영원히 살지 못한다는 것.
누구든 이 지구에서의 삶이 백 년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는 것, 그것 하나는 장담할 수 있다.
우리 모두 백 년을 살지 못하고 죽는다.
우주의 시선에서 내려다본다면
우리는 결국 다 비슷하고 흔한 존재들이다.
그리고 나는 가끔 그런 ‘우주적 시선’을 떠올리면
어딘가 이상하게 밑도 끝도 없이
가장 차가우면서도 따스한 위로를 받는다.
우리는 결국 모두 흔하고 흔한 먼지들이니까.
아무리 옥신각신 비교하고 경쟁해도
결국 다 똑같다는 점에서 위안을 받는다.
그리고 흔하디 흔한 인간들이어도
각각의 삶은 또 얼마나 경이롭고 귀한지.
내게 주어진 삶이 너무 귀해서
자꾸만 남들만큼 더 잘 해내려고 발버둥.
아니면 남들보다 더 잘 살려고 또 발버둥.
아마도 귀하게 여기는 만큼
발버둥도 심해지는 걸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그 모든 발버둥이 안쓰럽다.
시작도 끝도 없는 광활한 우주에서
이 발버둥 치고 있는 ’나‘라는 한 사람이 태어나기 위해,
얼마나 수많은 경우의 수와 보이지 않는 연결망들이
얽히고설켜서 온 우주의 힘을 보탰을까.
전설적인 천문학자이자 우주의 시인으로 불리는
칼 세이건(Carl Sagan)은 자신의 딸이 태어났을 때
제일 처음 이런 인사말을 건넸다고 한다.
’지구에 온 것을 환영해.(Welcome to the planet.)‘
칼 세이건이 딸에게 건넨 첫인사처럼
우리는 이 행성에 어쩌다 태어난 경이로운 존재다.
광활한 우주의 그 많고 많은 행성 중
하필 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또 하나의 별의 먼지(Starstuff)로 태어난
당신의 삶은 참으로 흔하고 귀하고 경이롭다.
“흔한데 또 귀하지 않아? 맛있는 소금빵은?”
소금빵 하나를 먹으면서도 생각이
우주 저 멀리에까지 순식간에 다녀온 나를 읽었는지,
남편이 또 무슨 생각을 한 거냐며 웃는다.
그런데 정말로 흔한데 귀하다.
흔해서 귀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더 귀하게 여기므로 훨씬 귀중하다.
소금빵은 어느덧 가장 흔한 빵이 되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그동안 다른 빵이
여러 번 유행을 거쳐갔어도
소금빵은 여전히 흔하고 맛있고 귀하다.
심지어 아주 공들여 만든 따끈하고
바삭하고 촉촉하고 맛있는 소금빵은 더 귀하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소금빵 맛집에는 꼭
’소금빵 나오는 시간‘에 맞춰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걸지도.
온 우주가 당신이 태어나기를 기다리며
때와 운을 맞춰 웨이팅을 하며
이 행성에 힘을 보탰다.
흔하고 귀한 소금빵 같은 당신의 삶이
우주적 시선에서 보면
더 경이롭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