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낭시에, 마들렌, 까눌레 같은 관계

by 알룰로스

요즘 작고 가벼운 관계가 좋아진다.


서로에게 서로가 부담이 없는 그런 소소한 관계.

오며 가며 평범한 안부인사 정도로

혹은 작은 미소 하나만으로도

유지될 수 있는 참으로 가벼운 관계 말이다.


물론, 내 얼굴 표정만 봐도 내 마음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오래되고 깊은 관계가

인생에 한 명이라도 있다면 정말로 축복이다.


우리는 모두 그런 가족, 친구, 지인을 통해

삶에서 겪어야 하는 괴로움을

함께 치유하고 덜어내며 성장한다.

그런 깊은 관계 덕분에 오늘까지 잘 견뎌왔다.



그런데 가끔은 더 작고 가벼운 관계가 좋다.



오늘의 내 얼굴을 마주했을 때

오롯이 오늘의 나로서

마주하게 되는 관계가 좋을 때가 있다.


예전의 내 얼굴의 잔상을 기억할리 없고

내 과거와 깊은 고뇌들을 알고 있을 리 없는

새롭고 멀고 가볍고 작은 관계에서

오히려 산뜻한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몇십 년을 함께 지내온 친구와의

술자리 속 깊은 대화와 푸념에서보다,

옆자리에 앉아있는 직장동료와

점심시간에 잠깐 나눈 스몰토크에서

작고 소소한 기쁨을 느낄지도 모른다.


나의 지난한 세월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가까운 사람의 조언보다,

현재의 내 모습만을 알고 있는

적당히 먼 타인이 건네는

작고 가벼운 덕담과 위로가

내게 자그마한 울림을 줄지도 모른다.



나는 이런 산뜻한 관계가

휘낭시에, 마들렌, 까눌레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시키려다가

문득 계산대 옆에서 마주친

작고 가벼운 휘낭시에, 마들렌, 까눌레.


방금 식사 한 끼를 거하게 마치고 왔어도

작은 휘낭시에 한 개쯤은 더 먹을 수 있다.


크기도 작고 많이 달지도 않아서

부담스럽지 않게 작고 귀여운,

단어 그대로 ‘쁘띠(Petit)’한 디저트들.


커피 한잔만 마시려다가도

부담 없이, 큰 고민 없이

휘낭시에 한 개를 집어든다.



“아메리카노 한잔이랑, 이것도 같이 주세요.”



카페에서 커피 한잔과 함께

부담 없이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이 쁘띠한 디저트들은,

선물용으로도 딱 좋다.


나는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거나

고마운 일이 있어서 선물을 할 때

휘낭시에 선물박스를 사곤 한다.


내가 혼자 마음속 단골로 지정한

동네 작은 디저트 가게에는

휘낭시에가 종류별로 다양하다.


기본적인 플레인에서부터

캬라멜, 초콜렛, 말차, 로투스 등

다양한 코팅의 휘낭시에 종류가 많다.


선물할 휘낭시에 종류를 하나하나 고르면

노란색 네모 선물상자 안에 예쁘게 포장해 준다.


귀여운 노란색 상자를 선물 받은 사람들은,

안에 담긴 작은 직사각형 모양의

여러 종류로 가득한 휘낭시에를 보고

산뜻한 기쁨의 미소를 짧게 짓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주고받기에

참으로 작고 가벼워서 부담 없는 마음 같은 선물이다.


크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아서

받는 사람에게 꼭 이만큼 되돌려주어야 하는

마음의 짐이나 부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부담’이 생겨나면

그 관계는 더 이상 작고 가볍지가 않다.

사소한 부담이 파고들면

마음의 무게는 점점 늘어난다.



그래서 딱, 휘낭시에만큼의 작고 가볍게

쁘띠한 기쁨을 주고받는 것.


그것이 내 요즘 인간관계의 지향점이다.



물론 타인과의 관계가 진전되어

점점 그를 알게 되고 친해질수록

깊은 관계가 되고 싶은 욕심이

생겨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나는 이제 안다.


내가 그 사람과 서로 부담스럽지 않게

일상에서 마주하고 친해지게 되었다는 건

어쩌면 작고 가벼운 관계에서 오는

쁘띠한 산뜻함 때문이었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조금 더 크고 무거운 디저트 선물을

주고받기 시작하면

점점 마음의 짐이 무거워지기 시작할지 모른다.



그냥 이대로 소소하고 작고 가볍게-


휘낭시에, 마들렌, 까눌레처럼

부담 없이 작고 가벼운 관계가 되자.



직사각형의 올곧은 휘낭시에,

조개껍데기 모양의 통통한 마들렌,

우아한 빗살무늬 겉면이 바삭한 까눌레.


이 쁘띠한 디저트들처럼,

한두 개 정도는 주머니나 작은 가방 안에

쏙 들어가는 정도로 부담 없는 크기로

타인을 대하고 싶다.


커피 한잔과 함께 베어 먹었을 때

입 안에 퍼지는 버터향과 촉촉한 맛에

작은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관계가 되고 싶다.


적당히 달지만 또 너무 달콤하지는 않아서

부담 없이 또 찾게 되는 그런 소소한 관계를 쌓고 싶다.



커피 한잔 마시려 잠깐 들른 카페에서

예정에 없던 휘낭시에를 함께 시키게 되는,

딱 그런 부담 없고 소소한

작고 가벼운 기쁨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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