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F가 운영하는 음악 채널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첫 영상을 올린 게 2년 전 이맘때쯤이었다. 당시 유튜브 플랫폼이 한창 떠오르면서 자연스레 영상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공부하면서 음악 채널을 만들기로 했다. 이미 음악적 교류를 하고 있는 플레이리스트 채널들의 영향이 컸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나의 경험으로 포장해 재해석한 영상이라니.. 생각만으로 가슴이 뛰었다.
음악을 올리는 채널이니 장르를 정해야겠다. 사람들이 많이 듣지 않는 뉴에이지 장르와 피아노 음악을 자주 들었던지라 오히려 유니크하고 채널의 색을 짙게 칠할 수 있을 것 같아 가사 없는 음악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집중을 요할 땐 가사 없는 음악만큼 좋은 환경도 없거니와 따로 명시한 적은 없지만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내 감정을 돌아보는 시간' 등의 문장과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생각하며 음악과 사진, 제목을 정했다. 내 기억으로 만든 영상에 타인의 공감이 담긴 댓글이 남겨지길 바라는 작은 마음을 갖고 첫 영상을 업로드했다.
그렇게 시작한 유튜브 채널이 "All was well"이다.
여담이지만 그저 '틀어 놓는' 음악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시간적 요소를 주기 위해 모든 영상의 길이는 1시간, 2시간, 3시간..처럼 시간 단위로 만들었다. 대체로 러닝타임 1시간의 영상을 올리지만 구독자 수에 따라 2만 명이 모였을 때 2시간 영상을, 3만 명이 모였을 때 3시간 영상을 올리며 공간을 기념하고 있다.
All was well의 의미
아마 영화 세 얼간이에 나온 명대사인 'All is well'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한 질문도 많이 받았다. 'All was well'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마지막 문장으로 '모든 것은 무사했다.'로 해석된다.
단순히 음악을 올리고 소개하는 채널이긴 싫었다. 음악이 주는 힘은 청각의 범주를 훨씬 뛰어넘기 때문이다. 잔잔하고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지난날들을 돌아보고 가끔은 재미난 상상도 하며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유익한 시간을 많이 보냈었기에 타인과도 이 시간을 공유하고 싶었다.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말로 할 수 없는 것들을 음악으로 해소하는 시간이자 공간이길 바랐고 그 끝은 언제나 무사하길 바라는 마음을 채널 이름에 담았다.
과거형인 것도 선택에 후회를 끼워 넣지 않는 개인적인 성향에 완벽히 부합되는 요소 중 하나였다.
음악의 가치
채널 운영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큰 기대 없이 올린 첫 영상의 조회수가 10만 회까지 치솟더니 채널을 구독하는 사람들이 하루에 100명씩은 늘었던 것 같다. 이후에 올린 영상들의 조회수도 채널의 규모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잘 나왔다.
2년이 지난 현재는 1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 되었고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나는 거의 매일을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읽으며 우리가 공유하는 것들이 음의 높낮이나 빠르기가 아니라는 사실에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꼈다.
사람들이 남긴 댓글의 내용은 각자의 일상과 이야기들이다. 제목이 주는 메세지를 보고, 또는 여러 분위기의 음악을 듣고 자신이 느낀 감정이나 경험을 글로 기록한 것이다. 또 댓글을 본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를 이어나가기도 하며 소통과 공감의 장이 형성되었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공간에서 남을 비판하거나 깎아내리는 글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서로가 말로 할 수 없는 것들을 나누길 바라는 마음이 가닿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플레이리스트 채널을 운영하면서 닿은 음악의 가치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음악으로 연결되어 있다. 음악으로 같은 감정을 토해내고 다른 마음에 의지하며 각자의 모서리를 조금씩 둥글게 다듬어 가고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면 지나간 청춘들이 남긴 의미가 지나갈 이들에게 추억할 힘이 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