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l was well Mar 11. 2023

02. 문화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

플레이리스트 문화

질문. "사람들이 음악을 들을 때 왜 유튜브에서 플레이리스트를 찾을까요?"

답변. "아마도 감성적인 제목이나 사진에 음악이 더해져 감정이 증폭되기 때문에 단순히 듣는다는 행위를 넘어서 새로운 경험을 한다고 받아들여 음악이 필요할 때 플레이리스트를 많이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질문. "그럼 플레이리스트의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답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 문장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듣고 보니 채널마다의 가치도 분명히 있겠지만 플레이리스트라는 문화가 생겨난 만큼 공통된 무언가가 있는 것 같네요."


- 음악 기업 대표님과의 인터뷰 중에서






플레이리스트 채널 'All was well'을 운영한 지 일 년 조금 지났을까 어느 음악 기업의 대표님께서 인터뷰 요청을 해오셨다. 거창한 답변보다는 솔직한 생각이 낫고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생각에 흔쾌히 일정을 잡았다. 당시 지방에 거주하고 있던 터라 서울과 중간 지점인 천안역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고 미리 받은 질문지에 생각해 놓은 답변들을 곱씹으며 장소로 향했다.


음악 산업에 종사하면서 플레이리스트라는 흐름에 관심을 갖게 되셨다고 했다. 몇 개의 채널을 선정해서 운영자와 인터뷰를 진행 중이라며 내가 운영하는 채널이 포함된 리스트를 보여 주셨다. 새로운 경험을 주심에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덧붙여 이 시간이 유의미한 자료로 활용되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의 내용은 채널을 운영하게 된 계기부터 플레이리스트(또는 음악)를 대하는 나의 생각들을 듣고자 하는 질문들이었다. 질문들 중 기억에 남는 2개를 이 글의 서두에 적어 놓았다. 준비해 온 답변들과 사적인 대화들이 오고 갔고 마지막 질문을 끝으로 이직 제안을 하셨다. 물론 생각지도 못한 전개였다. 음악은 들어보기만 했지 업계에서 일을 해야겠단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정말 신기하게도 당시에 이직을 고민하던 시기였고 내 기억으로 불과 이틀 전에 다양한 직업군들을 탐색했었다. 더군다나 글, 그림, 음악에 관련된 새로운 일에 도전할 생각이었기에 가슴 뛰는 제안이었다.


나는 이직을 결정했다. 모든 고민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쓸데없는 걱정은 뒤로하고 한 달 만에 모든 걸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출근과 동시에 MCN 사업부가 생겼고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을 나열하며 회사의 비전과 방향을 정했다. 광고 대행 형태의 사업이 아니기도 했고 가진 것 없이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만을 추구하며 시작했기에 처음엔 크리에이터분들과의 미팅조차도 쉽지 않았다. 다행히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엔 뜻이 맞는 40명의 크리에이터분들과 함께 플레이리스트 문화를 성장시키고 있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우리는 커뮤니티로 시작해 성장한 기업들을 벤치마킹하며 한 문화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 보호하고 성장시킨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 또한, 플레이리스트는 단순히 재생목록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그 의미나 명칭을 '경험'과 '공유'에 초점을 맞추어 새롭게 정의하려 한다. 음악 산업에 새로운 바람이 일어나길 바라고 분명히 그럴 것이다. 어쩌면 내가 찾는 것은 세상에 없던 것이 아니라 많은 음악인들이 만들어낸 음악의 본질일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것엔 이유가 없듯이 형체 없는 애정을 찾고 있다. 눈으로 보기 전부터 두근거리는 마음에 그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 01. 음악이 없었으면 울지도 않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