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il's Advocate
"이 말이 영어로 이거였구나."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영단어. 친구들 앞에서 잠깐이나마 으스대고 잘난척할 수 있게 해주는 영어단어.
고시 공부를 하느라 고시원에만 살던 친구와 오랜만에 만남을 가진 자리.
고시생: 얘들아, 안녕! 정말 오랜만이다.
친구 1: 진짜 오랜만이다. 살아는 있었냐?
친구 2: 보고 싶었어. 잘 지냈어?
친구 3: 이게 얼마만이야? 얼굴 잊어먹겠다.
친구 4: 그런데 말이지... 너 이렇게 막 돌아다녀도 되는 거야? 지난 시험 잘 못 봤다며? 언제까지 고시공부만 할 건데? 아니, 공부를 하긴 하는 거니? 그냥 고시생입네 하면서 미래를 회피하는 거 아니야?
친구들 1, 2, 3: 뭥미? 오늘 고시생 생일이잖아!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한 것 같은 친구 4의 행동이 바로 오늘 배울 단어이다.
친구 1: 오늘 배울 단어가 “경사 난데 초치다” 인가요?
친구 2: 오늘 배울 단어가 “분위기 파악 못하네.” 인가요?
친구 3: 오늘 배울 단어가 “어~이가 없네.” 인가요?
아쉽게도 모두 아니다. 오늘 배울 단어는 바로 devil’s advocate이다. Devil은 ‘악마’란 뜻이고, advocate은 ‘변호사, 변호인’이라는 뜻이니까 devil’s advocate은 ‘악마의 변호사’가 된다.
친구 1, 2, 3: 잠깐만요, 브리님. 친구 4가 좀 눈치 없고 꽉 막히긴 했어도 악마까지 들먹거리는 건 너무하지 않나요?
아, devil’s advocate은 ‘악마’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긴 하지만 그 사람이 악마라는 얘기는 아니다. Devil’s advocate은 ‘(토론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일부러 반대 입장을 취하는 사람, (상대방의 논지가 얼마나 탄탄한가 알아보기 위해) 일부러 반대 의견으로 공격하는 사람, 선의의 비판자’라는 뜻이다.
원래 이 단어는 가톨릭에서 비롯된 단어라고 한다. 예전에 교황청에서 성인을 승인하기 전에 이 사람이 성인이 될 자질과 자격이 되는지를 검증했는데,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측은 God’s advocate이 돼서 그 사람을 옹호하고, 반대로 devil’s advocate은 그 사람이 성인이 되면 안 되는 이유를 찾았다. 이때 devil’s advocate으로 지명된 사람은 자신이 실제로는 그 사람이 성인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철저한 검증을 위해 그 사람이 성인이 되기에 부족한 점은 없는지, 그가 행했다는 기적이 거짓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비롯되어 요즘에는 ‘토론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일부러 반대 입장을 취하는 사람, 의견을 더 확고히 하기 위해 일부러 반대쪽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게 됐다.
이 단어는 동사 play를 함께 써서 “play devil’s advocate (일부러 반대 의견을 내다)”라고 주로 사용한다.
친구들: 아, 그러니까 친구 4는 고시생의 결정이 옳은 거였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어깃장을 논 거였군요.
하지만, 위에서 보셨다시피 '토론의 장'이나 '토론 수업'이 아닌 곳에서 일상적으로 devil's advocate 노릇을 했다간 눈치 없고 꽉 막힌 사람으로 매장당할 수도 있다.
A: You don't agree with me? How can you say that?
B: Easy. I'm just playing devil's advocate here.
A: 내 말에 동의하지 않는 거야? 어떻게 그럴 수 있어?
B: 진정해. 난 그냥 토론을 위해서 반대 의견을 말하는 것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