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다 vs. 낳다

날이 춥네요. 감기 출산하지 말고, 나으세요!

by 불이삭금


이렇게 멋진 작품을 대문으로 사용할 수 있게 허락해주신 @kiwifi 님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국어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하는 영어와는 달리 국어는 누구나 다 알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내 얘기다.) 웬만한 글은 다 읽고 해석할 수 있으니까, 말 하는 데 거침이 없으니까, 글도 늘 쓰는 거니까. 국어는 잘 할 거라고 너무나도 당연히 생각하고 넘어가는 일이 많다.

지난 몇 개월에 걸쳐 @forhappywomen 님의 <임신 준비부터 출산까지>, @easysteemit 팀의 <이지 스팀잇>, @kyunga 님의 <딱히 꿈이 있는 건 아니고>, 그리고 얼마 전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내 책 <영어 잘하고 싶니?>의 원고를 읽고 교정을 보면서 내가 우리말의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구나 하는 걸 역으로 깨닫게 됐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글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관한 글들을 써보면 어떨까 싶었다. 마침 키위파이님의 멋진 작품도 있겠다, 한글아 한번 놀아 보자~!!!

글을 쓰기 전에는 조금 망설였다. 전문가도 아니고, 아직 미흡한 점도 많은 내가 이런 글을 써도 될까? 하지만 같이 배워나가는 입장에서 내가 공부한 걸 함께 나눈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면 되지 않을까 싶다.

자, 그럼 한글과 노는 첫 시간 시작해보자!





완쾌되는 것과 출산하는 것


이걸 보고 "뭐야? 이렇게 쉬운 걸?"이라고 생각하신 분들도 계실 거다. 첫 시간이라 좀 쉬운 걸 골랐다. 무척이나 쉬운 건인데 의외로 인터넷을 사용하다 보면 자주 접하게 되는 실수들이다. 특히 댓글창에서 자주 목격되곤 한다.

우선 단어의 뜻부터 살펴보고 가자.

낫다:

1) 아픈 것이 치유되어 없어지다.

2) 질이나 수준 등의 정도에서 더 좋거나 앞서 있다

낳다:

1) 사람이나 동물이 새끼를 몸밖으로 내놓다.

2) 어떤 결과를 이루거나 가져오다

쉽게 말해 '낫다'는 아픈 게 치료되어 완쾌됐다는 뜻이고, '낳다'는 출산을 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게 왜 헷갈리느냐고? 기본형인 '낫다'와 '낳다'로 쓸 때는 별로 헷갈리는 일이 없다. 문제는 이걸 활용할 때이다. 두 단어를 헷갈려하는 사람들은 대개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 같다.

바이러스로 말미암아 감기를 잉태하시고 출산하시었다.


친구와 카톡을 주고 받는데, 친구가 감기는 좀 괜찮은지 물어본다.



감기 다 나았어.


흠, 이렇게 써놓고 보니 뭔가 허전하다. 받침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다시 살포시 받침을 넣어 본다.

감기 다 낫았어.


허걱! 그랬더니 갑자기 사투리가 되어버린다. "잉, 아픈 디는 다 나샀소?"
역시 ㅅ받침은 아니었던 거야!! ㅎ을 넣어 보자.

감기 다 낳았어.


그래, 이거지. 허전하지도 않고, 발음도 맞잖아?...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말은 "바이러스로 말미암아 감기를 잉태하시고 출산하시었다"는 뜻이 되어 버린다. 낳느라 고생했어. 미역국은 먹은 거야? ㅠ.ㅠ

조금 허전해보일지 모르겠지만, '낫다'의 활용형은 '나았다, 나았어'가 맞다. '낳았다, 낳았어'라고 아무때나 출산해서 몸풀지 말고, 받침을 잘 지켜서 써보자.

발음까지 확실하게!


'나았어'와 '낳았어'를 헷갈려 하는 건 두 단어('나았어'와 '낳았어')의 발음이 같기 때문인데, 사실 활용형태가 아닌 기본형은 두 단어가 서로 발음이 다르다.


낫다: [낟따]
낳다: [나타]


'낫다'가 활용되면서 ㅅ받침이 없어지기 때문에 발음이 일시적으로 같아진 것이다.




자, 그럼 다음 예문을 보자. 병원에 입원한 상사의 병문안을 갔다고 가정해보는 거다. 꽃바구니와 과일을 사서 그 안에 작은 카드도 넣어 들고 갔다. 카드엔 뭐라고 썼을까?

쾌유를 기원합니다.


그래, 글자가 헷갈릴 땐 이게 최선이다. 하지만 만일 한자가 아닌 우리말로 썼다면?


1) 빨리 낫길 바랍니다.

2) 빨리 낳길 바랍니다.


둘 중 어느 것이 맞을까? 당연히 1번이 맞다. 2번을 쓰게 되면 상사가 하루빨리 떡두꺼비 같은 골절상을 출산하기를 기원하게 되는 셈이니까. 만일 이렇게 카드를 적어 보내면 상사가 출산(?)휴가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당신의 인사고과가 엉망이 될지도 모른다.

참고로, 여기에 나온 '낫길'과 '낳길'은 발음이 다르다.
'낫길'은 [낟낄]로, '낳길'은 [나킬]로 발음해야 한다.

축하드립니다. 떡두꺼비 같은 골절상을 출산하셨어요.


앞으로는 지인들에게 질병 출산을 장려하는 사람들, 해마다 감기를 낳는 감기 다둥이 엄마 아빠들은 없겠지? 제발~! :)




이 작가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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