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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이삭금 Jun 12. 2021

대서사의 시작

호빗 by J. R. R. 톨킨

모든 일의 시작에 호빗이 있었다.



반지의 제왕을 무척이나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책도, 영화도), 그 이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호빗>을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 만화로 된(!) 호빗 이야기를 읽은 적은 있지만,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절대 반지. 그 반지를 차지하려는 자와 없애려는 자들을 둘러싼 모험(<반지의 제왕>)이 있기 이전에, 그 반지를 맨 처음 발견하게 되는 사람 아니, 호빗이 있었다. 바로 빌보 배긴스이다. (반지 원정대에서 반지를 운반하는 프로도 배긴스의 삼촌이다.)


작은 키에 호감 가는 인상. 집안에서 지내는 걸 좋아하고, 차를 마시며 수다 떠는 걸 즐기는 평범한 호빗이었던 그에게 어느 날 마법사 간달프와 13명의 난쟁이들이 찾아온다. 영문도 모르고 이들에게 차를 대접하던 그는 엄청난 제안을 받게 된다. 산 넘고 바다 건너에 이들 난쟁이들의 보물이 쌓여있는 Lonely Mountain이 있는데, 지금은 스마그라는 못된 용이 그걸 차지하고 있다는 거다. 그러니 난쟁이들과 함께 가서 그 용을 물리치고 보물을 다시 되찾자고 말이다. 보물을 되찾게 되면 그중 1/14을 그의 몫으로 주겠다고 약속하면서.


사실 빌보는 절대로 그런 위험한 여행을 떠날 마음이 없었지만, 영리한 간달프의 꾀에 속아 (어쩌면 그의 핏속에 흐르고 있던 모험 유전자가 되살아나서) 이 모험에 참여하게 된다.


 

출처: 교보문고

한글판 표지. 영문판 버전을 그대로 옮겼다. 영문판도 여러 가지 버전이 있는데, 그중 제미마 캐틀린의 삽화가 들어간 버전이다.



역시 톨킨, 과연 톨킨


책을 읽기 전에는 조금 미심쩍기도 했었다. <반지의 제왕>은 재미있었지만, 그건 스케일이 크니까 그런 거 아닐까? 그런데 호빗이라니? 호빗이 주인공인 이야기가 재미있을까? 호빗이 3부작짜리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얘기를 듣고도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그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 정도나 되겠어? 더군다나 3부작으로? 그냥 <반지의 제왕>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을 위해 만든 거 아닐까?


이런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기로 결심한 건 <반지의 제왕> 대서사에 걸맞은 시작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원래 톨킨은 <호빗>을 먼저 썼고, 그 반지 이야기를 더 풀어서 쓴 것이 <반지의 제왕>이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인 호빗도 읽어봐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책을 읽으면서 나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이야기가 너무나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트롤도 만나고, 마법의 강도 건너고, 무서운 독거미에게 잡히기도 하고. 처음에는 무기력하고 소심했던 빌보가 점점 용기를 내어 난쟁이들을 위기에서 구해주는 모습도 좋았고, 절대반지를 가진 골룸과의 만남도 인상 깊었다. 마지막에는 용 스마그와의 전투까지. 꽤 긴 분량임에도 내용이 쫄깃하고, 스릴이 넘쳐서 끝까지 긴장감 잃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처음에 책을 읽을 때는 '뭘 이 책 한 권으로 영화를 3편이나 만드나' 했던 것이, 다 읽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역시 톨킨이었다. 아직 영화는 안 봤지만, 영화도 꼭 보고 싶어 졌다.



출처: 교보문고   

영어 원서 표지. 여러 가지 버전이 있지만, 한글판과 차별화를 위해 이 커버를 골라봤다. 욕심 많고 못된 용 스머그(Smaug)가 난쟁이들의 보물을 차지하고, 그 위에서 자고 있는 모습이다.





나를 깨우는 말들


1.

You certainly usually find something, if you look, but it is not always quite the something you were after. 

만일 찾아보기만 한다면 분명 대개는 뭔가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게 항상 자신이 찾아 헤매던 것은 아니다.




제목: 호빗

원서 제목: The Hobbit, or There and Back Again

저자: J. R. R. 톨킨 (J. R. R. Tolkien)

옮긴이: 이미애 옮김

출판사: 씨앗을 뿌리는 사람

특징: 영화 3부작으로 제작되었음.


* 저는 책을 영어 원서로 읽고 있습니다. 본문에 나온 한글 해석은 이미애 님의 번역이 아니라 제가 원서를 읽고 해석한 것입니다. 한글 출판본과는 번역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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