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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십자수 놓던 밤

정 옥 임

by 불이삭금

친구들과 십자수 놓던 밤


정 옥 임



시골마을 초가집 어두운 밤이 되면

온 집안을 밝혀 주는 석유 등잔 초롱불

친구들과 밤이면 삼삼오오 모여서

십자수를 놓는다.


초롱불 옆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무명 원단 위에

가로 네 줄 세로 네 줄 정사각형을 맞춰

색색깔 고운 실로 수를 놓는다.


밤이 늦어 출출하면

가마솥에 밥을 안치고


어머니 몰래 깊은 밤에

장독대에서 김치를 서리해서 먹는 밥


세상 무엇보다 맛있던 그 밥맛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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