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너무 다그치지 마세요
아래 글은 O magazine 2004년 5월호에 실렸던 에세이를 번역(의역)한 것입니다. 원래 잡지에 실렸던 내용은 더 있었는데, 인터넷에 올라온 건 조금 편집된 거 같네요. 저는 원래 잡지에 실렸던 내용을 기억나는 대로 추가해서 번역(의역)했습니다. 원문 출처는 맨 아래에 링크를 걸었습니다.
나는 내게 맞는 옷을 찾느라 옷장 앞에 서 있었다. 아이를 낳은 후 몸이 불어서, 입고 나갈만한 옷이라고는 텐트처럼 커다란 드레스밖에 없었다. 다른 옷을 찾아봤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둘째가 태어난 후로는 줄곧 츄리닝 바지와 남편의 낡은 셔츠만 입어왔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밤은 그 옷을 입을 수가 없다. 오늘 밤, 우리는 저녁 파티에 간다.
난 저녁 파티를 좋아했었다. 내가 예전에 파티를 좋아했던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예쁘게 꾸밀 기회였고(그렇다고 내가 미녀처럼 느껴졌던 건 아니지만, 적어도 야수 같지는 않았으니까),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고(저널리스트였기 때문에 대화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그들이 나를 알 수 있는 기회였다(나는 < 60 Minutes >라는 프로그램의 보조 프로듀서였고,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내게 듣기 좋은 말을 해줬다). 하지만 오늘 밤 나는 이 똑같은 이유들 때문에 파티에 가기 싫었다. 그건 다 오래전 이야기니까.
지난 3년 동안 나는 아이 둘을 낳았고, 직장을 그만뒀으며, 새 집으로 이사했다. 물론 이 모든 건 굉장하고, 운이 좋은 일이다. 나도 커다란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 밤 파티에 가는 건 정말 울고 싶은 일이었다.
나는 옷장 안쪽에서 짙은 자줏빛 드레스를 겨우 찾아냈다. 첫 아이를 임신하고 3개월 됐을 때, 가지고 있던 옷들이 맞지 않자 샀던 드레스였다. 다행히 드레스가 아직 잘 맞았다. 그제야 나는 마음이 놓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뽀뽀해주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둘째인 에이든이 내 팔에 안기더니 내 볼에 뺨을 비볐다. 그리고는 내 옷에 토하기 시작했다.
다시 2층으로 올라가면서, 나는 이 파티 초대를 거절하지 못한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그동안은 초대받았던 모든 파티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빠져나왔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우리를 파티에 초대한 낸시는 - 그녀는 동네 놀이터에서 만났던 여자인데, 내가 둘째를 가졌을 때 셋째를 낳았었다 - 아주 끈질겼다.
나는 옷을 벗고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절대 우울해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하지만 그건 아주 어려웠다. 나는 지쳤고, 직장에서 내가 하던 일이 그리웠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마치 4인용 텐트처럼 보이는 파란 드레스를 걸치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면서 씁쓸했던 기분은, 낸시네 집에 도착하자 훨씬 더 커졌다. 우리 집은 어린아이 두 명을 키운다는 걸 누구라도 알 수 있을 만큼 널브러져 있었는데, 낸시네 집은 마치 잡지 속에서 빠져나온 것 같았다. 그 완벽한 집안에는 완벽한 낸시가 회색 바지와 긴 적갈색 재킷을 입고 빛나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나는 배를 한껏 집어넣으며 그녀에게 가서 인사를 했다.
낸시는 커다란 쟁반에 놓인 삼각형 모양의 페이스트리를 권했다. "이거 드셔 보세요. 시금치를 넣은 건데, 제가 만들었어요."
이걸 직접 만들었다고?
낸시는 빨간 그릇에 담긴 시원한 오이 수프를 내왔다. 나는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이걸 퓌레로 만들려면 힘들지 않나?
그건 맛있었다. 모두들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칭찬했다. 나는 주변에 앉은 사람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직장에 다닐 때는 이런 게 식은 죽 먹기였는데, 전업주부로 지낸 지 3년이 되자 사람들과 얘기할 소재가 떨어져 버렸다. 나는 구조 요청을 보내듯 남편을 바라봤지만, 그는 자기 옆사람과 신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사람들이 애피타이저를 끝내자, 낸시는 일어서서 그릇을 치우기 시작했다. 나도 도우려고 일어섰다. "그러지 마세요. 그냥 앉아 계세요." 그녀가 말했다.
그녀가 몰라서 그러는 거다. 팬티스타킹이 내 배를 마치 칼처럼 조여 오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일어서야 했다. 게다가 내가 완전한 패배자는 아니라는 걸, 적어도 아주 예의 바른 사람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어야만 했다. "제가 일어나고 싶어서 그래요. 진짜예요." 내가 말했다.
낸시와 나는 그릇들을 모아서 부엌으로 갔다. 내가 그릇들을 식기세척기에 넣는 동안 낸시는 하얀 소스를 저어서 콩 위에 붓고 있었다. 그녀는 오븐을 열고 안에 있던 고기를 꺼냈다.
"우와!" 내가 외쳤다. "멋지네요!"
"아니에요." 낸시는 고기를 찔러보고, 살짝 들춰서 속을 살펴보더니 말했다. "멋지긴요. 너무 많이 익었어요. 가운데는 레어로 하고 싶었거든요. 남편분도 레어를 좋아하시죠? 고기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레어를 좋아하더라고요. 그런데 다 망쳐버렸어요." 그녀는 고기 앞에 서서 마치 죽은 애완동물을 애도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낸시," 내가 말했다. "오늘 밤 이 파티는 모든 게 다 멋져요. 낸시 모습도, 집안 모습도, 음식 맛도 그렇고요. 너무 완벽해서 보고 있는 내가 주눅들 정도예요."
"당신이 참 주눅들기도 하겠네요.. 당신은 똑똑하잖아요." 그녀가 말했다. "당신은 멋진 직업을 가졌잖아요. 지금은 아이들 돌보느라 잠시 쉬고는 있지만, 그래도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잖아요. 난 24살에 결혼했을 때 직장을 그만뒀어요. 그 이후로 지금껏 내가 한 거라곤 아이들 낳고 키운 것 밖에 없어요. 내가 할 줄 아는 거라곤 집에서 요리하는 것뿐인데, 이것 좀 보세요, 그 마저도 잘 못하잖아요!"
내가 그녀를 보고 주눅이 들어있던 내내, 그녀는 나를 보고 주눅이 들어 있었다. 씁쓸한 기분에서 탈출하려고 부엌으로 도망쳐 왔었는데, 이곳에서 내가 그녀의 씁쓸한 기분을 달래 주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우리들은 도대체 스스로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낸시와 나는 고기와 감자, 그리고 흰 소스를 얹은 콩 요리를 내왔다. 낸시는 사람들에게 고기가 너무 많이 익었어요, 내가 머저리같이 고기를 많이 익혔어요, 같은 말 따위는 하지 않았다. 멋져 보였다. 나도 앞으로는 저렇게 해야지,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고기는 물론, 맛있었다. 모두들 고기가 맛있다며 칭찬했다.
낸시가 나를 봤다. 나도 그녀를 봤다.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매너나 예의 따위는 잊어버린 아주 커다란 너털웃음을. 그 웃음은 앞으로도 내게 중요한 사실을 상기시켜 줄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패배자처럼 주눅 들어 사는 게 나 혼자는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고기 맛이 너무 좋다며 짜증을 내는 대신, 나는 그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 By Lisa Wolfe
출처: Kitchen Confidential (from O magazine, May 2004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