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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돈은 있는데… 쓸 수가 없습니다."

- - 정부자금·대출 ⑥ 자금 목적별 매칭

by allwriting

“대출이 승인됐는데 왜 공장 설비에는 못 쓰죠?”
정부 정책자금 2억 원으로 오래된 생산라인을 바꾸려던 박 대표는 은행 직원 말에 당황했다.

담당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에 승인된 건 ‘운전자금’이라서, 기계나 건물 같은 설비 투자에 쓰면 안 됩니다. 신청서에도 그렇게 적었습니다.

그제야 박 대표는 알게 됐다. 정부자금은 그냥 “싸게 빌려 쓰는 돈”이 아니라, “어디에 쓰겠다고 약속하고 받는 돈”이라는 사실을.


정부자금의 세 가지 성격

정부와 공공기관이 지원하는 기업 자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1. 운전자금

회사가 매일 돌아가도록 유지하는 돈이다.

원자재·부자재 구입, 인건비, 전기세·임대료 등 ‘매달 반복해서 나가는 비용’에 쓴다.

쉽게 말해 “회사가 숨 쉬는 데 필요한 생활비”에 가깝다.


2. 시설자금

회사를 키우고, 오래 남는 자산을 만드는 돈이다.

공장·건물의 매입·신축·증축, 생산 설비·기계 구입, 공장 이전 비용 등에 쓴다.

금액이 크고 오래 쓰는 자산이라 심사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사후 관리도 더 꼼꼼하다.


3. R&D(연구개발) 자금

신제품 개발, 공정개선, 기술 고도화 등에 쓰는 돈이다.

기술개발 보조금, 출연금, 기술개발자금 융자 등 형태가 다양하고, 사업 공고마다 조건이 다르다.

특허·기술성 평가, 기술보증, 연구계획서 등 기술 관련 자료가 중요한 심사 기준이 된다.

핵심은 이렇다. “정부는 이 돈을 어디에, 어떤 계획으로 쓰려는지 보고 자금 종류를 나눠서 지원한다.”


왜 ‘자금 매칭’이 그렇게 중요할까?

많은 사장님들이 이렇게 묻는다.
“사업 확장하려고 빌리는 건데, 그냥 한 번에 대출받아서 여기저기 쓰면 안 됩니까?”

하지만 정책자금은 일반 은행대출보다 ‘용도 제한’이 훨씬 엄격하다.

운전자금으로 기계를 사고 건물을 고치면, 심사 때 제출한 자금사용계획서와 달라져 ‘용도 외 사용’으로 분류될 수 있다.

시설자금을 받아 놓고 급여·재료비에 돌려쓰면, 이것도 규정 위반이다.

이런 경우 대출금 조기 회수, 향후 정책자금 제한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자금 매칭’은 단순히 서류를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이 회사가 약속대로 돈을 쓸지”를 보고 판단하는 과정이다.


사용 목적을 나눠서 신청하라

경기도의 한 인쇄업체 B사는 처음에 시설자금을 신청했다가 계속 떨어졌다.
공장 증설이 주목적이었지만, 신청서 안에 ‘인건비 보완’ 같은 표현이 섞여 있어 운전자금과 시설자금 목적이 뒤섞인 모양새가 된 것이다.

전문가 상담 후 B사는 구조를 이렇게 바꿨다.

공장 증설·장비 구입: 시설자금 2억 원으로 따로 신청.

인건비·재료비 등 운영 부족분: 운전자금 1억 원으로 별도 신청.

용도와 계획을 명확히 나누자, 한 달 안에 두 자금 모두 승인을 받았다.
이후 생산능력이 늘면서 회사 규모가 커지고, 추가 인력도 채용할 수 있었다.


자금은 ‘목적’이 길을 연다

정부 정책자금의 기본 원칙은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만”이다.
자금이 막히는 이유는 서류 부족 때문일 수도 있고, 신용도·재무상태·사업성 때문일 수도 있지만, 자금의 목적과 계획이 불명확하면 승인받기 어렵다.

일상 운영을 버티려면 운전자금이,

공장·설비를 늘리려면 시설자금이,

새로운 기술·제품을 만들려면 R&D 자금이 필요하다.


기업 자금은 ‘지갑 하나에 다 섞어 쓰는 돈’이 아니라, 목적별로 칸을 나눠 관리하는 돈이다.
그래서 자금 매칭은 단순한 서류 기술이 아니라, 회사가 안전하게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자금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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