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광진흥기금 신청 가이드 A to Z
바닷가 작은 땅을 가진 최 씨는 몇 년 동안 펜션을 꿈꿨다. 설계도도 만들고, 건축 허가도 어렵게 받아냈다. 이제 정말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 문턱에서 발이 묶였다. "건축비가 없으면 공사를 못 합니다." 애원했지만 은행은 담보를 더 대라고 했고, 금리도 높았다. 허가증을 손에 쥐고도 정작 첫 삽을 뜰 수 없었다.
최 씨는 "허가를 받았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이렇게 서러운 줄 몰랐다"고 울먹였다. 하소연을 듣던 친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관광진흥기금 한번 알아봐. 요즘 그걸로 펜션 짓는 사람들 많아."
관광진흥기금은 '관광업 전용 정부자금'이다. 관광진흥기금은 정부가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조성한 전용 자금이다. 펜션, 호텔, 숙박업, 여행업, 관광시설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일반 대출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빌려주는 제도다. 토지가 있고 허가도 받았지만 자금이 부족한 사람에게 이 기금은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청 시기'다. 관광진흥기금은 1년 내내 아무 때나 신청할 수 있는 자금이 아니다. 보통 상·하반기 두 차례 공고가 나고, 그때 예산이 소진되면 바로 마감된다. 문제는 이 기금이 인기가 많아 신청을 늦게 하면 며칠 만에 마감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자격보다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공고가 뜬 뒤 서류를 준비하면 늦는다. 공고가 나기 전에 이미 서류가 준비돼 있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신청은 복잡하지 않지만, 준비는 필요하다. 신청 절차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관광사업 등록이 돼 있고, 사업자등록증과 건축 허가서, 사업계획서, 재무자료만 갖추면 지정 은행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많은 사람이 걸린다. 서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금 사용 용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관광진흥기금은 용도가 분명해야 한다. 펜션을 새로 짓는 신축 자금인지, 기존 시설 리모델링 자금인지, 운영자금인지가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이 구분이 흐리면 심사 단계에서 탈락한다.
최 씨는 결국 공사를 시작했다. 최 씨는 공고가 나오자마자 서류를 제출했다. 건축 허가서, 공사 견적서, 사업계획서를 갖춰 접수했다. 며칠 뒤, 시설자금 융자 승인을 받았다는 연락이 왔다.
관광진흥기금은 '특별한 사람'만 받는 자금이 아니다. 관광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기회다. 다만 그 기회는 공고가 뜨는 순간부터 빠르게 닫힌다. 허가는 출발선이고, 관광진흥기금은 그 출발선에서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해주는 연료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또 한 번 그 문이 열리고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