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은 명품 캥거루님의 강연을 가는 날이어서 집에 늦게 귀가하는 날이었는데요. 갈치구이와 훈제란 두 알로 1일 1식을 지키려다가 일정이 늦게 끝나고 배고플 것 같아 미리 육즙팡팡 소세지를 먹었습니다.
키토식 하면서 처음 먹어 본 갈치! 그리고 이제는 자제해야 할 육즙팡팡 소세지.
20.01.14.(화) 37일차
간장 연어장 두 조각. 그리고 남은 연어를 올리브 오일에 다 때려 넣고 볶아버렸습니다. 연어가 냉동된 상태로 와서 재냉동은 위험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일단 간장이나 오일에 재웠는데요. 며칠에 나눠서 연어를 굽자니 비린내가 계속 날 것 같고, 생물이라 냉장고에 오래 두면 상할 듯해서 뱃속으로 저장! 해버렸습니다. 속 시원하네요! 다 먹지 못한 연어는 도시락으로 싸서 훈제란 두 알과 아몬드 브리즈 언스위트와 먹었습니다.
간장 연어장 같은 경우도, 좋은 음식이지만 어쨌든 콩(탄수화물, 렉틴)이 든 간장 베이스의 음식이라 조심해서 먹으려고 해요. 이번에 당이 든 음식을 내내 먹은 값을 키토 아웃(지방 대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으로 호되게 당하고 있는터라 요 근래에는 탄수화물을 피하고 있어요.
Q. 1일 1식을 하지 못하는 날에는?
저는 1일 1식 하면 좋지만 그렇게 강박적으로 지키려 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저 몸이 원하는 만큼 먹어요. 배부르면 남기고, 다음에 먹죠. 1일 2식으로 인슐린이 올라갈 걱정을 하는 것보다 그 강박으로 몸에 코르티솔(부신에서 나오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쌓이는 것이 더 몸에 안 좋을 거라 생각해요. 인슐린 상승이 걱정된다면, 산책 30분을 해서 인슐린 수치를 낮춰주세요.
연어 산이네요.(웃음)
20.01.15.(수) 38일차(치팅, 탄수 단어 주의)
어쩐지, 평소와 다른 날이었다.
알바 면접을 보러 다니고 독서실에 온 날이었다. 동생이 도시락을 같이 먹자며 호박죽과 순살치킨(조합 무엇?)이 든 도시락을 내밀었다. 평소 같았으면 먹지 않고 물이나 계란을 먹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집에 돌아가서 저녁을 키토식으로 한 끼를 먹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갑작스레 많이 걷기도 했고, 긴장이 풀려서인지 아니면 20시간 넘은 공복감에 허기가 진 것인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단언컨대, 평소 단식을 해도 절대 이런 일은 없었다. 오히려 몸이 따뜻해지거나 활력이 넘치면 넘쳤지 허기가 진 적은 없었다. 왜냐하면 허기가 졌다는 신호는 에너지가 떨어졌다는 뜻인데 키토와 1일 1식을 해오면서 그런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평소와 다른 날이었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순살 치킨과 호박죽을 먹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양념치킨의 향과 맛에 이성을 잃을 뻔했다. 단당류의 강렬한 단 맛에 입이 터져버렸다. 분명 호박 본연의 단 맛 이외에 뭔가 더 첨가된 단 맛이 느껴지는 호박죽도 맛있었다.(그렇지만 양심 상, 절반은 남김.) 동생은 뭔가 더 먹고 싶다며 독서실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독서실 근처 분식집이었다. 그곳에서 가장 비싼 메뉴인 [세트 B]를 주문했다.
치즈 돈가스+쫄면+참치 주먹밥으로 구성된 메뉴였다. 뭔가를 잔뜩 먹고 왔음에도 마치 처음 먹는 것처럼 먹을 수 있는 것이 탄수화물 식사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랄까. [세트 B]는 양껏 먹을 수 있다는 점보다 여러 가지 음식을 나눠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종류가 다양할수록 자칫 양이 적을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한 것 같다. 일 년 가까이 분식집을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치팅을 하더라도, 다이어터로서 각각의 양이 적으면 적을수록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는데 이미 순살 양념치킨으로 잃어버린 집 나간 이성은 그 날 돌아오지 않았다. 동생과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며 만족스럽게 치팅을 했다.
독서실에 돌아와서 나는 탄수화물이 가져온 "슈가-하이"로(혈당 상승과 하강이 단시간 내에 이뤄지는 현상.) 기절하듯 쓰러져 세 시간 동안 잠을 잤다. 그리고 일어나 보니 거의 맞은 것처럼 뼈 마디가 아팠고 얼굴과 팔뚝, 허벅지는 부어있었다. 삭신이 쑤시는 듯했다. 언젠가, 이런 기분으로 매일을 살았던 적 있었다. 탄수화물을 무절제하게 먹자, 나는 그때로 돌아간 듯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 때, 내가 나에게 좋은 음식 하나 대접하지 못하고 나 자신을 채찍질하던 시절 말이다. (유아독존 인간의 다이어트: 발단 참고.)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나는 그때와 다르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살이 빠지고 건강해지는지 안다. 나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도 안다. 적어도, "먹어도 된다"라는 달콤한 말로 다뤄서는 안 된다. 오히려 가장 극한의 방식이, 꾸준히 해야만 하는 것들이 나를 진정으로 사람답게 살도록 만들었다.
독서실에서 이러한 결심을 한 후에도, 나는 롯데리아에 가서 햄버거를 먹었다.
평소라면 공복을 유지했을 밤 10시에 먹은 햄버거 세트.
다음 날, 생리가 터졌다. 생리를 시작하기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앉아서 탄수화물을 먹는다. 저번에는 과자를, 저저번에는 뻥튀기를 그렇게 먹었다. 그래도 뭔가 호르몬의 작용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내 탓이 아니구나." 싶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폭식도 호르몬 작용이기 때문에 내 의지 탓이 아니다.)
그리고 생리 후에 저장되어있던 수분이 빠지면서 원래 몸무게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자기 합리화의 꽃 같지만 진짜다.
20.01.15.(수) 38일차~20.01.18.(토) 41일차
치팅을 한 후, 단식에 들어갔다. 원래도 1일 1식을 해서 단식 자체에 익숙했다. 키토나 간헐적 단식 초보자분들이 따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일정이다.
단식 중에 꼭 먹어야 할 소금물!
단식은 신체 내 에너지원(글리코겐)과 수분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수분이 너무 빠지게 되면 생리 중단, 손발 저림 등, 미량 영양소가 부족해 생기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단식 중에는 소금물을 반드시 섭취한다.
같은 이유로, 포도당 대사보다 케톤 대사를 하는 키토제닉 다이어트에서는 염분 섭취가 중요하다. 나트륨을 먹어 체내 염도를 유지하고 수분을 저장하도록 한다.
20.01.18.(토) 41일 차(탄수화물 사진 주의)
단식 후 점심, 저녁
단식의 장점은 치팅 후에 생긴 글리코겐과 수분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단식 후에 훨씬 몸이 가벼워졌어요. 단식의 소소한 단점은 단식 후에 식탐이 생긴다는 점이에요. 저탄고지식으로 이렇게 과하게 점심을 차린 적이 없었는데, 확실히 단식 중에는 음식 생각이 없었다가 단식 끝나자마자 저렇게 만찬을 차렸네요.(웃음)
김치&콜리플라워 볶음밥, 삼겹살 구이, 간장 연어장, 훈제 계란 세 알과 버터로 만든 샐러드예요. 다음 사진 보시면 아시겠지만 결국 삼겹살은 다 먹지 못하고 저녁에 먹었습니다.
저녁에는 드디어 치!즈!를 영접했습니다! 유제품군이 알레르기 반응이나 체중 증량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해서 치즈를 굳이 찾아서 먹지는 못했었는데요. 그래도 집에 있길래 성분표 확인하고(자연치즈 100%) 60g 정도 먹었습니다. 에어프라이어에 구우니 정말 천상의 맛이네요.
Q. 키토제닉 식사에서 김치 먹어도 되나요?
네. 단, 시판 김치는 안 됩니다. 저는 집에서 만든 김치는 가끔 허용하는 편인데요. 그렇다고 자주 먹지는 않습니다. 제 식단들을 보시면 아마 이번이 김치가 나온 첫 번째 날일 거예요.
키토제닉 카페에서 설탕, 마늘이 없는 김치를 판매한다고 합니다. 저는 육류 주식 재료 사기도 자금이 빠듯해서 사 먹어보지 못했지만, 후기가 좋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키토제닉 네이버 카페에 들어가 보세요!
가족들이 먹은 피자빵, 유혹을 이기고 먹지 않았다.
20.01.19.(일) 42일차
삼겹살 구이에 대파와 계란을 구운 다음에 치즈를 뿌려 먹었습니다. 세상 천상의 맛이었습니다. 이 맛을 이제야 알았다니, 치즈 풍미 장난 없네요. 치즈가 증량이나 부종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매일 식사에 넣어서 먹고 싶어요~ 에어프라이어나 오븐에 구우면 구움 색도 나고 확실히 더 맛있어 보이는데 빨리 먹고 싶어서 가스레인지에 약한 불로 치즈를 녹여주었답니다.
Q. 왜 폭식 후 몸무게 사진이 없나요?
왜냐하면 식단을 지키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할,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겹쳤기 때문이에요. 사실은, 폭식 후 78kg까지 증량했었어요. 그런데 저탄 고지 식단도 못 지키고, 막상 폭식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가 민망했었어요. 그리고 요 근래 스트레스 원인이 직방으로 찾아와서 이래저래 힘든 날이 지속되었어요. 그래서 살을 더 빼고 폭식을 안 할 수도 있었음에도, 좀 더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어요.
이제 신년을 맞아 운동도 열심히 하고, 폭식을 자제하고 올해 목표인 비만 탈출도 이루어낼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부족하고 두서없는 에세이 늘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세계 최고로 빨리 살 빼지는 못하겠지만 꾸준히, 초심 잃지 않고 감량하도록 하겠습니다. 제 글이 객관적으로 잘 쓴 글은 아니지만 진심을 다해, 누구도 불편해하지 않는 글을 쓰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저탄 고지 식단일지 말고도 몇 개의 글이 더 업로드될 예정이에요!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