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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영 Jun 03. 2020

초고도비만, 내 가족의 인터뷰

[100명 독자 기념]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엘라이입니다. 왜인지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는 것 같아요. (왜지?) 저는 이전 글들을 천천히 다시 보면서 오늘 글을 쓰기 위한 마음도 다잡고, 산뜻하게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제 브런치가 100명 이상의 구독자를 맞게 되었습니다. (놀람) 정말 감사합니다. 요즈음 인생이 다시 빛을 보려고 하는 것인지, 좋은 일이 연달아 생기고, 제 능력 바깥의 일들이 술술 들어와서 선물 같은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가장 축복받은 부분은 나의 글을 봐주시고 다음 글을 기대해주시는 분들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독자분들 감사합니다. 저는 아직 "작가"라는 호칭이 어렵고 내 것이 아닌 것 같지만, 무엇이든 정이 들겠지요. 우리가 늘 그래 왔던 것처럼요.

여러분은 "정"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가족에게 직접적인 표현은 안 해도 가족의 사랑이 떠올라요. 저는 정을 떠올릴 때, 포근함, 연결성, 기꺼이 해줌과 같은,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연대를 생각해요.

그리고 저에게는 부모님과 한  명의 동생이 있어요. 그 중에서도 동생은 제가 생각한 "정"의 개념을 완전히 부수고도, 나를 살린 존재이죠. 제 인생에 너무나 특이한 존재라서 이 인터뷰에 꼭 넣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 인터뷰를 기획할 때, 동생에게 출연 제의를 했어요. 그녀의 대답은 "아, 산책 같이 가 주면 해줄게."와 같은 이해타산에 치중한 대답이었어요.(웃음) 정말 동생다웠죠.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엘라이의 동생님!

Q. 어떤 닉네임으로 불리길 원하시나요?

 오너라고 해주세요. 제가 닮은 동물인 오리너구리의 줄임말입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엘라이의 친동생입니다.

Q. 다이어트 시작 전 언니를 회상해주세요!

진짜 암담했죠. 누군가 언니를 보기만 해도, 풍기는 아우라가 다가가고 싶지 않은 사람처럼 느껴졌을 거예요.

Q. 다이어트 시작 전, 언니와의 관계는?

솔직히 말하면 그때, 우리의 관계가 좋지는 않았어요. 같은 방에 있으면서도 엄청 싸웠어요. 당시, 언니는 남의 말을 잘 듣지 않으려 했고, 언니 스스로도 많이 지쳐 보였어요. 그래서 누군가가 “제대로 정신 좀 차려!”라고 섣불리 말하기도 힘든 상황이었어요.

인터뷰 내내 뼈 맞는 모습.

Q.(서로 관계가 나빴다면) 왜 같이 다이어트를 하게 된 건가요?

“호적 메이트”로서 이대로 언니를 두고 보자니, 손해가 막심할 거라는 판단이 들었어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렇지. (이것이 나의 인간성 회복이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장기적으로 손해라서?) 응.

Q. 다이어트 시작 때의 언니의 모습은?

그때 당시에는 언니의 의지가 없는 거처럼 보였어요. 그래서 대부분 저의 강압에 의해서 과정이 진행됐어요. 언니의 자존감이 바닥을 쳤을 때라서 모든 과정에 굉장히 수동적인 태도로 임했어요. 생각해보면, 언니의 의지가 거의 없는 시작이었죠.

Q. (초고도비만의 처음 다이어트가 굉장히 힘들다는 사실.) 언니는 잘 따라와 주었나요?

네. 안 그랬으면 죽음을 면하지 못했을 거예요. (단호) 나를 따라올 수밖에 없었겠지. 언니도 살고 싶었을 테니까.

Q. 그래도 명색이 “다이어트”를 시작했는데, 동생에게 맞지 않기가 이유일 수는 없지 않겠나. 엘라이에게 생존 이외에 외모라거나 미용에 대한 욕구가 있는 거처럼 보였나요?

처음에는 엘라이는 “오너가 시키니까 해야겠다.”라는 일념밖에는 보이지 않았죠. 사실 이번 다이어트는 엘라이가 평생을 외면해 온 외모나 건강이라는 주제를 마주한 것이 큰 계기예요. 이제는 그녀가 건강이라는 주제를 삶과 같이 하면서 화사한 얼굴로 타인을 마주하기를 바라요.

Q. 개강 후, 오너는 같이 다이어트할 수 없었다. 언니가 걱정되지는 않았나?

솔직히 걱정이 되기는 했는데, 그 걱정을 잊을 만큼 내 인생도.. 내 코가 석자라(폭소) 언니를 걱정한 시간은 짧았죠.

Q. 언니가 비만 탈출에 성공했다. 심정은?

(언니를 보며) 사람 됐다.

안녕하세요. 사람이 된 엘라이입니다.(feat. 크림 묻음.)

Q. 부모님이나 인가 친척들의 반응은?

언니의 다이어트 성공은 가족들이 오래전부터 바라 온 것이었어요. 근데 언니가 한순간에 마음을 먹고 성공한 것을 보니 역시, 다들 "백 마디 말을 얹는 것보다 본인의 의지가 중요한 거구나!"라고 알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Q. 언니가 다이어트 전과 달라진 점이 있나요?

언니를 보면,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매일 같이 좋은 것을 먹고 운동을 하니, 언니가 부지런하고 희망찬 사람이 된 것 같아요.

Q. 언니가 폭식 증상을 보이고 우울감을 호소했을 때, 동생의 심정은?

슬펐어요. 동생 입장에서  "그만 먹어라.", "웃어라." 섣불리 조언할 수 없는 걸 알기에 언니를 그저 지켜만 봤어요. 그 당시를 지나올 때는 참담했어요.

Q. 현재의 언니는?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그전에는 언니 옆에 있으면  언니가 신경질적이고 우울할 때 너무 속상했는데, 이제는 언니랑 죽이 잘 맞고 잘 놀아서 좋아요.

옛날에는 늦게 일어나도 아무것도 안 했는데, 요즘은 늦게 일어나도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들을 해서 좋아요.

Q. 언니에게 바라는 점, 하고 싶은 말.

음, (언니를 보며) 눈치 좀 챙겨. (아직도 언니가 계발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네. 사회성 부분에서... 걸음마를 떼고 있다고 볼 수 있죠.

Q. 인터뷰 감사합니다. 마지막 질문이네요. 언니의 동생으로서 말고, 인간 오너님의 계획이나 목표 있으신가요?

"우리 가족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자."입니다.


인터뷰에 응해준 동생에게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앞으로는 깜빡이 켜고 뼈 때려라.(농담) 앞으로도 별 탈없이 동생과 잘 지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가진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https://youtu.be/U0a646QXFIQ

인터뷰를 했던 아주 멋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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