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시작한 저탄 고지에도 심심한 정체기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사실 같은 기간 내에 9kg 감량한 닭 가슴살 다이어트로 돌아갈까도 아주 잠시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나는 저탄 고지 다이어트를 단지 살 빼는 수단으로만 보지 않았다. 이 다이어트는 나에게 있어서 인생의 가이드 같은 존재였다. 저탄 고지를 시작한 후, 나는 나의 낙관적이고 안정적인 감정에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 불면증에 시달렸던 지난날이 무색 하리 만치 나는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예전에는 자려고 누우면 방 안에 들이는 가로등 불빛이 그렇게도 싫었는데, 저탄 고지 후로 그거에 관계없이 잘 자고 있다. 동생도 언니 사람 되었다며 놀라곤 했다.
6월쯤, 10kg 이상 뺀 나에게 두 개의 감정이 스쳤다. 갑자기 사랑이 하고 싶다는 감정과 복학이라는 현실적인 스트레스 요인이었다. 전자는 생각만 하면 좋았고 후자는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로 살이 찌는 기분이었다.(웃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따뜻한 봄날에 나는 타인을 좋아함을 빠르게 경험해봤고 빠르게 이별도 경험했다. 곱게 포장하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나는 이것을 좋은 인간관계 경험이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 모든 과정이 나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나는 사람을 무서워 하지만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구나!”, “(나는 무뚝뚝한 주제에) 애교 많은 사람이 좋구나!”, “대화하다 시간 가는 줄 몰랐으면 좋겠구나!”, “대화할 거리가 성숙했으면 좋겠구나!”, “언어는 같아야 정보의 격차나 우위가 안 생기는구나!”, “서로의 대화 방식이 다를 수도 있고 나는 그 방식을 싫어할 수도 있구나!”, 그리고 “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티가 나는구나!” 등등 참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사람이었다. 그렇다, 첫사랑이었다. 나는 떠나지만 그가 어디서든 행복하길 바란다.
한 차례 감정의 폭풍이 일고 나니 복학이 성큼 다가왔었다. -추가적으로 말하자면 감정의 폭풍은 다이어트에 악영향을 준다.- 복학을 앞두고 나는 슬픈 일이 일어날 것처럼 우울했다. 다시는 학교에 안 갈 것처럼 조용히 생활했는데 4개월가량을 또 버티라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언제나 그렇듯 학업 스트레스는 나에게 가장 강력한 스트레스 요인이었다. 몸도 그걸 기억하고 있는지 스트레스에 대비하려는 듯 두통과 위통이 있었다.
그렇게 8월 말, 다시 학교에 갔다. 며칠 정도는 저탄 고지를 잘했던 것 같다. 몸 컨디션도 좋았고, 간헐적 단식도 수월하게 했다. 그러나 이건 개강 첫 주와 OT덕분이었고 심신은 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