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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영 Dec 16. 2019

유아독존 인간의 다이어트:절정

폭식이 돌아왔다.

개강 전, 고기와 버터로 클린함을 유지하던 시기는 지나고 주 4일, 9시 수업이 있는 학교 스케줄에 맞춰서 살았다. 2시간 통학이라 아침, 점심도 거르고 저녁에 1일 1식을 하는 계획을 세웠었다. 개강 전에도 1일 1식을 하면서 잘 감량했기 때문에 무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 배가 고프면 계란이나 버터 커피 아니면 육즙 소시지를 사 먹으려고 했다. 며칠간은 키토 간식을 먹으면서도 잘 버텼다. 이대로라면, 나는 감량은 무리더라도 살이 찌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키토식을 포기하고 겪었던 증상들

나의 의지와 달리, 나의 몸은 스트레스 원인이 돌아온 것에 대한 반응을 시작했다. 학교를 다녀온 후 빨리 먹을 수 있는 탄수화물을 먹고 그 이후에 당 떨어져서 학교를 가기 힘들어하고 이런 몸과 정신을 볼 때마다 짜증내고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그럼에도 학교를 안 갈 수 없었기 때문에 스트레스에 미쳐 버릴 것 같은 날에는 먹고 싶은 것을 찾아 먹었다.

“먹어도 돼.”

늘 내가 나에게 했던 달콤한 말들과 함께.

다이어트를 몇 개월을 했는데 3개월 만에 6kg가 쪄버리자 더 이상 체중계에 올라가지 않게 되었다. 숫자로 보는 kg도 충격이었지만 하루가 다르게 망가져가는 몸의 매무새와 신체능력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나는 학기 내내 “종강하려면 n 달이나 남았는데!” 하면서 좌절했다. 계속 스트레스받다 보니 어느 순간에 학교를 계속 다닐 것인가와 살을 더 뺄 것인가 하는 극단적인 양자택일의 상황이 왔다. 나는 힘들어도 학교를 계속 다닐 것을 선택했다. 스트레스성 폭식을 필요악으로 둔 것이다. 자연히 살은 계속 쪘다. 그래도 나는 내 선택에 책임을 지기 위해 스트레스를 안 받는 상황이 오면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소아비만이었다. 이 말은 개강 후에 일어난 이런 심적 악순환을 어린 시절부터 반복 경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참 내 삶과 떨어뜨릴 수 없는 부분이어서 당연히 그런가 보다, “나는 내 의지로 살도 못 빼는구나!” 하면서 살았다. 원인은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된 여러 정황들이고 폭식-많이 먹는 것-조차도 제1의 원인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의지 탓을 하면서 나를 너무 많이 내몰았고 완벽한 상태로 살려고 무던히도 안 좋은 방법으로 도전했다.

나는 좋지만 귀찮은 식단을 만나면서 이 악순환에서 벗어난 나 자신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폭식을 할지 말지조차도 알고 선택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전체 숲을 보며 무엇이 원인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스트레스가 제거된 후에 나는 자연스럽게 키토식을 다시 시작했다. 여러 다이어트 식단을 했지만 같은 다이어트 식단으로 돌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 겪는 일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내 몸무게를 인정하는 일, 키토 플루부터 겪어야 했지만 나는 담담히 받아들였다.


 누구에게나 스트레스 원인이 한두 개쯤 있을 것이다. 그것에 맞서려고 우리는 포션처럼 당기는 음식을 먹는다. 이것은 각자의 선택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다. 심지어 자기 자신도 자책할 권능은 없다. 그렇지만 스트레스 원인에서 벗어나서 나를 돌보는 선택을 한다면 나를 더 많이 알게 되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당장 변화가 힘들지라도 적어도 나를 미워하면서 남은 시간을 보내지는 않게 되지 않을까?

나도 스트레스 상황이 닥친다면 -예를 들면 개강이라던가.- 아마 폭식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필요악으로 남겨두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끔 정말 많이 노력할 것이다. 예전과는 다르게, 나 자신을 놓지 않기 위해 삶을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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