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도 직장도 애인도 없는 나.
히키코모리(은둔 청년)를 사회화시키려는 정부 주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우연히 동네 축제에 갔다가 나눠준 팸플릿으로 정보를 얻었다. 그 프로그램은 요가도 하고 기업탐방도 하고... 어쨌든 6주만 버티면 소정의 현금도 주기로 된 프로그램이었다. 사전 미팅을 위해 @@동 청년청을 찾았다. 담당자분은 친절하게 프로그램을 설명해 주시고 진로 상담도 조금은 해주셨다. 10월 13일부터 시작이라고 하셨다. 잘 짜인 시간표를 건네며 6주 동안 잘해보자고 하셨다.
미팅이 끝난 후, 나는 시간표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어떤 마음이 들었어야 맞는 걸까. 새로운 도전 앞에 나는 너무도 무력하다. 어떤 청년이 되고 도전이 두려워졌다. 도전한다는 것은 향상심이나 어쩌면 호승심 같은 감정에 나를 내맡기는 일인 듯했다. 지금의 나는 어째서 인지 모든 게 두려워져 내 방 안에 갇혀 지내는 꼴이다. 어떠면 어떤 청년과 도전은 서로 반대말인 듯하다. 그래도 해야지 어떻게 해.라는 감정과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 양립한다.
집에서 뭘 하냐고? 주로 유튜브에서 미디어 콘텐츠를 시청한다. 집안일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한다. 다 정적인 활동이긴 하다. 새로운 도전이랄 것도 없다. 이를 구직 단념청년 또는 니트족이라고 부른다. 은둔 청년 생활을 하면 나만 이렇게 힘들고 나태한가 싶어서 눈물이 나올 때도 있다. 그러나 이는 불황이라는 사회적 현상이 개인의 삶에 나타난 일이다. 난 힘들 때마다 사회 탓을 해보는 편이다. 그렇지만 사회는 엄혹하고 구직은 요원하다.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 이런저런 프로그램이나 북토크가 있을 때마다 신청해 보는 편이다. 조금이라도 사회에 가닿고 싶어서이다. 은둔 청년 중에 집에만 콕 박혀서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들 자기 위치에서 이러저러한 노력이란 걸 해보는 편이고 안 되면 방청소라도 하는 편이다. 그 편이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도리다. 문득 10월 13일이 기다려 진다. 사람과 만나는 일이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가족 제외하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이제는 없고 만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 버겁기만 하다. 친구도 직장도 애인도 없는 나로서는 유튜브나 트위터로 숨어지내는 수밖에. 이제는 사회활동을 좀 해야 한다. 그것도 13일에. 소속감을 바라고 있다. 사회 속에, 집단 안에 있는 나. 너무나 오랜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