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나의 소중한
# 이른 장마
예년보다 빠른 장마라지만 아직까지 서울엔 빗줄기가 강하게 내리치지 않는다.
사실상 장마가 끝났다는 기사를 읽기도 했지만 진짜인지 모르겠다.
흐린 날씨 덕분에 동네 친구와 11KM를 걸을 수 있었고 매일 아침 하늘을 체크하면서 단시간에 야외 운동을 여러 날 할 수 있었다.
수다력과 함께 근육의 세포를 깨우는 운동은 달콤하기까지 하다.
시간을 내어하는 운동보다 운동이 먼저의 개념이 정립되니 에너지가 카페인의 각성제만큼의 효과다.
운동을 통해 얻어지는 근육통증을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남들과는 미세한 차이로 운동을 사랑하는 이유도 있다. 30대 까지도 '중독'을 목전에 두고 한참이나 심취해 있던 시간들은 한정된 운동의 시간을 자꾸만 늘릴 계획까지 했었다. 건강함의 원천이기에 정당한 합리화가 되었던 그 시기의 나는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가용한 시간 안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운동을 선택했다.
명상과 함께 움직임의 가치를 부여해 주는 요가는 지금까지도 가장 애정하는 운동이다.
오랜 기간의 수련은 전문가 수준이 아님에도 요가 선생님은 이제 요가는 하산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 보라는 권유도 하셨다. 나의 성향과 잘 맞는 요가를 그만하고 다른 운동으로 바꾸고 싶진 않았지만 근력을 더 키워보고자 곧장 동네 짐에 등록을 했다.
물론 마음을 먹고 등록한지라 3개월여 만에 뒤태가 달라진 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만큼 지루하고 고독한 시간을 보내느라 딱히 재미를 느끼면서 할 순 없었기에 점점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 시간 안에 끌어올려지는 체력과 몸의 입체성은 증명할 수 있었다.
가장 좋았던 점은 한창 엄마손을 타는 앨리스를 돌보기에 최적화할 수 있었던 체력이다.
유달리 잠투정이 심했던 앨리스여서 편안하게 잘 재우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체력이 키워져서 감사했다.
모성에서 나오는 부지런함과 노력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 시기의 나에게 '참 잘했어요' 도장이라도 한 장 찍어주고 싶다.
# 자두
앨리스가 내게 왔을 때 그 첫여름날의 자두는 심각했던 입덧을 경험했던 나를 살렸던 과일이다.
대체로 딸기를 찾게 되거나 겨울인데 복숭아를 먹고 싶어 하는 임산부들이 적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다행스럽게 여름이라는 날씨에 맞아떨어지는 자두에 심취해 있었으니 초기 임신 기간을 잘 넘긴 것 같다.
과일을 유난히 좋아하시는 부모님에게서 받은 유전자이기에 의심하지 않았지만 앨리스는 나의 십 분의 일 만큼도 아닐 만큼 과일을 찾지 않는다.
씨를 뱉어내는 게 귀찮다는 반응은 처음 들어보기도 했다. 남편이 동의하는 걸 보면 아마도 입맛은 친탁을 한 모양이다. 시부모님께서도 과일을 좋아하시는 데 부모 입맛과 같지 않은 음식의 영역이 있나 보다.
대체로 과일 같은 후식 문화는 그 집안에 가풍처럼 전해 내려오는 것과 같다고 느껴지는데 말이다.
여하튼 작고 탐스러운 붉은색의 코팅된 듯 반짝거리는 싱싱한 자두를 보면 쌓아두고 한 개씩 사라지는 묘미를 즐기는 여유로움을 탐하게 된다. 겨울철의 따뜻한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귤을 쌓아두고 먹는 것처럼 말이다. 여름의 자두는 내게 그런 자유로움을 보태주는 알찬 보물 같다.
언젠가부턴 그런 자두는 금방 끝이 나고 주먹만 한 복숭아 크기의 자두가 나타나지만 손안에 얄팍하게 잡히는 여린 자두가 여전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