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2. 나의 소중한

by 로지

# 봄 그 처연한 이름


올해는 작년보다 늦게 개화 한 벚꽃이 아마도 오늘로써 마지막으로 찬란하게 휘날릴 것 같다.

일주일도 채 아름다움을 자랑하지 못하고 비소식과 유달리 심한 봄바람으로 일찍 마감할 것 같다.

생각해 보니 가장 좋아하는 꽃이 벚꽃이건만 올해는 눈에 들어오지가 않는다.

고독한 시간을 들여 학업에 매진하고 있는 앨리스를 두고 나 혼자 봄의 기운을 만끽할 수가 없나 보다.

쏟아지는 화사한 햇살과 어우러지며 흩날리는 향긋한 벚꽃의 자태는 변함없이 아름답다.

다가올 봄엔 이토록 눈이 부신 벚꽃비를 앨리스와 함께 맞게 되겠지.

기다리자. 벚꽃보다 반짝일 예쁜 나의 앨리스를 만나게 될 그날의 풍경을.


# 싱그러운.


양배추를 깨끗하게 손질해 소담스럽게 담아내어 본다.

늦은 점심으로 콩비지 찌개와 신선한 양배추 위에 매운 참치를 올려 먹었다.

양껏 먹은 후 남아버린 계란말이 두 조각과 매운 참치 한 숟가락을 고민 없이 버렸다.

적지 않은 나이와 함께 갱년기 증상이 스멀스멀 피어나기에 잔반처리로 단 몇 그람의 내장지방도 늘리고 싶지 않다.

다시 매일 운동을 하기 시작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고 겨우내 쌓아진 무거운 나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고 싶다. 작년까진 맘먹으면 일주일에 1킬로그램도 감량하는 나였지만 겨우 한 살이 늘었을 뿐인데 독한 다짐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힘들여 땀을 내고 싶지 않아 졌다. 그저 덜 먹고 많이 움직이는 수밖에.


# 세월에 지다.


봄날의 건조함이야 당연함이겠지만 유독 올 해의 건조함은 입술과 입 안을 강타하는 느낌이다.

우울할 때 립스틱을 한 개씩 사는 습관을 가지고 있어서 다양하지만 비슷한 계열의 립스틱이 많을 뿐 입술보호제는 단 한 개도 없다. 이제 진정한 노화의 서문을 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날것의 느낌과도 비슷한 이 건조함으로 우울의 사치를 부리게 된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하루와는 전혀 관계없는 나의 시간들은 때때로 찾아오는 우울감이 유독 광활하게 펼쳐진다. 봄볕처럼 쏟아지는 나이의 무력함. 숫자에 불과하다고 누가 그랬나 그저 중년들이 내뱉는 아우성일 뿐.






# 기어이


앨리스의 감기 시작은 부은 목 상태와 콧물, 코막힘이다. 여기에 구토 증상까지 더해지니

열이 동반될까 봐 노심초사.

아기 때 열성경기를 두 번이나 겪은지라 열에 유독 약하다는 그 시절의 의사 선생님 소견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기에 고열로 치닫는 감기가 될까 봐 신경이 곤두선다.

작년 수능을 마치고 한 달을 쉰 후 다시 학업에 매달리기 시작한 지 4개월이 다 되어가니 기력이 떨어질 만도 하다. 곧 들이닥칠 더위에 대비하려면 면역력이 중요하지만 더욱 예민해진 감각덕에 영양제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양이다.

심각한 콧물과 두통에 구토까지 동반하고 눈물이 절로 쏟아지는 통증으로 정신이 없는 앨리스의 모습은 오랜만이다. 나는 갑자기 회로가 멈춰서 어떤 걸 먼저 해야 하는지 몰라 행동이 느려졌다.

따뜻한 물을 준비하다가 답답할 콧 속과 목을 생각하면 시원한 오렌지주스가 나을 듯도 하다.

손에 잡히는 대로 앨리스에게 필요한 혹은 도움 될 것들을 입에 넣어줬다.

처방약의 효과를 기대하지만 쉽지 않다.

메스꺼움과 어지러움으로 제대로 눕지도 못하는 앨리스를 다독이며 가습기에 물을 채우고 온열매트의 전원을 켰다. 제발 새벽동안 고열이 솟구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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