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3. 나의 소중한

by 로지

# 준비


하루의 서사를 쌓아가며 목적지에 다 닿을 즈음엔

성장과정을 몸소 체화 한 스스로를 걱정 없이 내려놓게 된다.

포기와 다른 내려놓음은 하얗게 불태운 전의를 다 했으므로.


마치 기적과 같은 상황이다.

어릴수록 회복탄력성이 훌륭함을 여실히 느낀다.

일주일간 통증과 처방약의 시름을 겪고 무탈하게 제자리로 돌아간 앨리스는 나의 염려를 뒤로하고 다시 전진한다.

쏟아지는 콘텐츠들로 시간이 부족한 탓에 조급한 마음을 뒤로하고 학습력을 높이는 일은 만만치가 않다.

대한민국의 입시는 몇 줄로 압축할 수 있는 정돈된 테마가 아니다.

앨리스가 태어날 무렵에도, 어느 시기에나 비공식적으로 유행이었던 원정 출산을 용기 있게 성공했던 친구의 경우 자녀의 입시문제는 쉽사리 풀렸다. 상대적이지만 그만큼 대한민국의 입시 제도는 누구라도 알고 있을 만큼 커다란 문제다. 그 터널 안에 머물고 있는 우리 세 식구는 각자의 위치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다행이고 감사할 만큼 잘해 내고 있는 우리를 격려하고 칭찬하고 싶다.








# 집으로 가는 길


앨리스가 지내고 있는 시립요양원은 새롭게 완공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곳이기에 환경적으로나 행정적으로 까다롭게 구성된 믿을 수 있는 곳이다. 작은 것 하나라도 조건이 맞지 않으면 절대 엄마를 맡길 수 없었기에 민감하고 까다로운 티를 내며 면밀하게 관찰한다. 이런 표현은 요양원에서 종사하시는 분들에게 실례가 되지만. 딸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 가족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노인치매의 압력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따른다. 가족 간의 뜻이 화합되지 않았던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으로 아직 후유증이 남아있게 되고 앞으로도 그 생채기는 아물지 않게 될 것 같다. 나 또한 앨리스가 조금이라도 더 상태가 나빠진 후에 기관으로 향하게 되길 바랐기에 상당한 고충을 겪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울리는 '안전 안내 문자'를 받아보는 나의 시점은 다행스럽다.

가정 내 돌봄은 24시간 누군가가 밀착해 있지 않으면 혹은 있다 해도

'집에 가야 한다'라는 의지력이 불타는 치매 노인을 놓친다. 그곳이 집인데도 말이다.

외부로 나가 길을 헤매다 결국 신고를 해서 찾아야 하는 긴급함에 빠지고 긴 시간 치매 노인이 어딘가에서 어떤 상황에 빠져 있었는지 상상만 해도 정신이 아득해진다.

혼자 있는 잠깐의 시간 동안 불편해진 몸으로 옷을 입다가 맞지 않는다며 가위로 옷을 자른다던가

김이 펄펄 나는 뜨거운, 얼음처럼 차가운 물을 틀어놓고 샤워를 한다고 하거나

그 물에 미끄러져 넘어지는 일은 소소한 일상일 정도로 쉬웠다. 그 밖에 위험천만하고 기가 막히는 일들은 치매 노인과 함께 살이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없을 것 같다. 가족을 못 알아본다던가 대화가 불가한 정도는 난이도 '下'다.

앨리스보다 더 상태가 극심한 치매 동반자들도 많기에, 평생 인자하신 인품의 노인이 난폭한 성격으로 바뀌어서 폭력적인 행동을 누구에게나 한다던가 욕설과 고성으로 이웃들까지 피해를 주는 양상도 있으니

나의 앨리스는 '귀여운 치매. 얌전한 치매'로 분류된다.

그러나 그런 치매는 세상에 없다. 본인은 이미 세상 속 길을 잃었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의미 없는 연명을 할 뿐이다. 딸로서 이미 이렇게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엄마가 나의 세상에 존재함이 그저 좋다.

욕심이라면 기적처럼 병환을 거슬러 나아지기를. 바라고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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