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4. 나의 소중한

by 로지

# 필수에 의한 필수


작은 스트레스에도 몸이 금방 반응하는 기이한 현상을 자주 겪는 요즘.

절실히 관리를 통해야만 하는 시기가 온 걸 느낀다.

알약을 삼키는 건 쉽지 않아서 필수영양제도 피하고 싶은데 말이다.

고함량의 비타민제를 먹는 날은 멀미 증상까지 생겨나고 울렁거리는 몇 분을 견뎌야 한다.

상당한 기능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역시 거부감은 어쩔 수 없다.

그 외 필수적이라 추천받는 약제들도 시간까지 측정하면서 먹어야 하는 수고는 부담스럽다.

더욱이 각종 영양제를 매우 신뢰하는 남편의 압력은 무한히 불편하다. 날 생각해 주는 나름의 정성이니 절대 싫은 내색을 하지 않지만 적극적인 긍정의 반응을 주기가 어렵다.

이럴 때 화살처럼 빠른 세월의 힘을 실감한다.

대학을 졸업한 지도 까마득하고, 미국 유학 시절의 시간들도 내 얘기가 아닌 듯 생경해진다.

하긴, 아직도 한없이 아이 같기만 한 앨리스가 스무 살이 되었으니까.







# 소중한 이상주의자들


개성이 강한 나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밝고 정신이 건강하다.

그런 친구들과의 대화도 요즘의 관심사나 아이들의 근황, 남편과 시댁의 불만 또는 감동 등 일상적인 내용보다 나이에 걸맞은 건강에 화제성을 둔다. 각자의 증상에 관련된 이야기를 풀 때 꼭 가미되는 유머에 한참 웃다 보면 여전히 친구라는 존재는 넘치게 중요하다. 하루의 피곤함을 달달하게 녹여주는 초콜릿 같은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내게 선물 같듯이 그들에게 나의 밝음도 같아주기를 바라본다. 아주 오래도록.






# 잔인한 5월의 앨리스


가정의 달인 5월은 작년부터 앨리스가 요양원 생활을 하게 되면서 반갑지가 않다.

멋지고 화려하게 붉은 장미꽃이 흐드러진 담장을 봐도 핸드폰 카메라를 열게 되지 않는다.

꽃을 좋아하는 앨리스에게 줄 카네이션을 몇 송이 골라서 예쁘게 포장했지만 선뜻 웃으며 건네질 못했다.

꽃을 받아 들고 내려놓을 줄 모르는 앨리스는 하염없이 카네이션을 바라보고 있고 그 모습을 슬픈 마음으로 사진을 찍어뒀다. 언젠가 그 사진을 보면서 눈물이 멈추지 않을 시간이 오리라 짐작한다.

반짝이는 햇살이 좋은 요양원의 마당은 각종 식물들을 재배하고 있어서 둘러보기가 좋다.

몇 번씩 산책하듯 나오셔서 예쁘게 핀 봄꽃들과 자라나는 상추며 식물 친구들을 구경하신다니 또 마음이 산뜻해진다. 봄 햇살에 더해진 앨리스의 은빛머리카락이 유난히 아름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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