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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니 Dec 12. 2020

강요하지 말고 부탁하기


“제발 하지 마!” 는 강요인가? 부탁인가?  
하지 말라는 소리를 들으면 더 하고 싶어 진다.

아무리 잘 들으려 해 봐도 이 말은 부탁보다는 강요로 들린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강요보다는 부탁이 더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강요와 부탁은 어떻게 다를까?


일단 받는 사람 입장에서 강요의 메시지를 받으면 저항감이 든다.  반면 부탁은 좀 다르다. 부탁을 받으면 우선 상대방을 고려하게 된다. 그리고 강요와는 달리 부탁의 경우는 부탁을 받는 사람에게 주도권이 있다.

 거절도 잘하는 방법이 있듯이 부탁도 잘하는 방법이 있다.

명확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사람들로부터 저항감을 불러오는 “하지 마!”는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모호한 메시지일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언어 대신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구체적인 행동을 말하는 것이 좋다.

하지 마! 대신 “나는 네가 오락을 그만하고 숙제를 했으면 좋겠어!”

일찍 와! 대신 “당신이 오늘 일찍 와서 아이들과 시간을 갖았으면 좋겠어!”     

타인보다 가족 간에 뭔가를 요청하는 일이 많다. 예를 들어 식탁 등이 나가서 불편한 아내는 남편에게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불이 나갔네!” 이는 남편에게 불 좀 갈아 줘요!라는 메시지이다.


하지만 아내는 이러한 모호한 표현에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그 자리에서 갈아주는 남편을 기대한다. 그리고 아내는 바로 전구를 교체하지 않는 남편의 모습에 화가 난다.


“왜 날 도와주지 않지? 내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군!” 이러한 아내의 생각이 과연 합리적인가?


아내는 좀 더 명확히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얘기했어야 했다.


“여보! 전구가 나갔어요. 전등 좀 갈아 줄래요!”


이렇게 상대로부터 무엇을 받고 싶은지 명확하게 표현할수록 우리의 욕구가 충족될 가능성이 커진다.  


부탁을 잘하는 또 다른 방법은 내가 하는 말이 부탁인지 강요인지 잘 분별하는 것이다. 실제로 강요를 위장한 부탁의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한 여성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난 분명 큰 아이에게 네 방 좀 치워줄래!라고 부탁했어요. 그런데 큰 아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난 너무 화가 났어요.”

무엇이 문제였을까?

큰 아이는 엄마의 말을 부탁으로 들었기 때문에 선택은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 치우지 않거나 조금 있다 해도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엄마의 경우는 다르다. 엄마는 강요를 위장한 부탁의 말을 했기 때문에 당장 실행에 옮기지 않는 큰 아이에게 화가 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내가 하는 말이 강요인지 부탁인지 명확하게 인식하는 게 필요하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 어떤 것을 요구했을 때 내가 원하는 대로 반응하지 않아 화가 나면 난 뭔가를 상대에게 강요한 것이다. 반면 상대가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아 기분은 나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는 다른 방법을 찾게 된다면 난 부탁을 한 것이다.     

부탁을 잘하기 위해서 말하는 사람의 느낌과 욕구를 담아 부탁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명령으로 들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머리 좀 자르지 그러니?”와 같은 말은 자녀에게 명령이나 공격적인 말로 들리기 쉽다. 느낌과 욕구를 담아 얘기를 해보자.

“네 머리가 너무 길어서 혹시나 앞이 안 보일까 봐 걱정된다. 특히 자전거를 탈 때 말이야. 머리를 좀 자르는 게 어떻겠니?”  

    

 물론 부탁을 잘한 경우임에도 상대가 강요로 듣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은 부탁을 받고 그것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자신이 비난을 받거나 벌을 받을 거라고 믿는다. 이런 경우 어떤 부탁도 강요로 들을 수 있다. 이런 반응은 어린 시절의 경험과 연결된다. 어린 시절 부모의 부탁(강요)에 따르지 않아서 부모로부터 비난과 책망을 들었던 사람은 현재 누군가의 부탁을 강요로 들을 가능성이 높다.    

  

 나의 말이 말장난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강요와 부탁에 대해서도 그게 정말 중요한 문제인지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담을 의뢰한 많은 사람들은 배우자 혹은 자녀가 자신의 부탁을 매번 무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때 나는 이렇게 말한다.

부탁하신 게 맞나요? 상대방도 부탁을 받았다고 느꼈을까요? 가족들은 당신을 무시한 게 아닙니다. 누구나 강요를 받으면 도망갈 궁리를 하죠. 반대로 부탁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부탁을 들어줘야 할지 말지 고민하게 됩니다. 선택권은 상대방에게 있네요.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부탁을 잘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부탁의 기술을 익히는 것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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