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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니 Dec 23. 2020

엄마의 죄책감의 시작은 산후조리원

 "제 탓이죠?"

 

part 1.


 엄마가 되기 이전에 나는 어땠나요? 엄마가 되고 보니 나를 내려놓지 않고는 육아에 전념하는 것이 어렵더라고요. 엄마가 되니 내 삶의 중심이 나에서 아이로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저 역시 임신 전부터 커피를 마시지 않았고, 감기약도 먹지 않았으니까요. 혹시 아기가 왔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조심했죠. 아이가 울면 아무리 피곤해도 엄마는 벌떡 일어나서 젖을 주죠. 아기 용품 사느라 내 것은 사지 않게 되고, 아기 얼굴 보느라 하루 종일 거울 한번 보지 않고 하루를 살 수 있는 것은 엄마가 자신을 잠시 포기하는 용기를 내었기 때문입니다.


  맘먹은 대로 할 수 있었던 꿈같은 시간도 있었죠. 열심히 일하고 받은 월급으로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해보았던 시절이 있었죠. 삶의 주도권이 나에게 있었던 그때와 엄마가 된 지금 우리 모습이 어떻게 달라져있나요?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들어가면 엄마가 되는 법을 연습해요. 모유를 어떻게 아기 입에 물려야 아기가 편하게 모유를 먹을 수 있는지, 아기를 어떻게 안아야 하는지 목욕은 어떻게 시키는지 배워야 할 게 많았어요. 산후조리원을 퇴소한 날의 막막하고 두려운 기분이 지금도 느껴지네요. 나만 쳐다보고 있는 아이를 온전히 내가 돌봐야 한다는 부담감이었겠죠. 산후조리원은 마치 나에서 엄마로 전환되는 절묘한 지점인 것 같아요. 그곳은 나의 이름이 무엇인지? 전공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나에 대한 어떤 것도 아이보다 우선하지 않아요. 나는 별이 엄마이고! 아이가 몇 kg 인지? 몇 cm로 태어났는지? 모유는 잘 나오는지? 변은 어떤지가 중요해요. 산후조리원은 엄마가 된 나와 아이가 처음으로 사회에 입문한 곳 인 셈이죠. 엄마는 모유가 잘 나오면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모유가 나오지 않아 아이를 울리면 좌절감과 죄책감을 느껴요. 아이가 울고 보채면 모유가 부족해서 그런가? 엄마가 어제 먹은 반찬이 자극적이어서 아이가 배가 아파서 우나? 그러고 보면 아이의 불행을 엄마 탓으로 돌리는 것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네요.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내내 엄마는 죄책감에 시달려요.

매일 밤 자는 아이를 보며 사과하죠. 미안해..

나를 찾아온 단이 엄마도 그랬어요.


7살 단이 엄마는 단이가 장난감 정리나 양치하기, 옷 입기 등의 자조활동이 잘되지 않아 걱정입니다. 하원 후


“손 씻어라!”,“가방은 제 자리!”, “외투는 어디에 놓는 거지?”,

“장난감은 정리하고 또 꺼내자!”


반나절 떨어져 있다 만났는데, 단이에게 보고 싶었다는 말 대신 따라다니면서 잔소리하고 있는 자신도 한심하고 계속 말을 해도 정신 못 차리고 꼼꼼하게 못 챙기는 딸을 보면 걱정도 되고 화도 납니다. 사람들은 7살 단이가 정리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나를 위로합니다. 옷 입기나 양치하는 걸로 자신들도 아이와 매번 씨름 중이라고 합니다. 남편은 “아직은 어린데 뭘 그렇게 하라고 하냐고.. ”거들기는커녕 핀잔을 줍니다. 매스컴에서는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고, 아이를 믿어주지 않고 계속 간섭하면 아이는 스스로 할 수 없게 되니 스스로 하도록 내버려 두라고 조언합니다. 그럴 때마다 단이 엄마는 자신이 나쁜 엄마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스스로 잘하는 단 이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인지? 정말 자신의 간섭이 지나쳐서 아이가 스스로 못하는 것인지? 단이 엄마는 궁금합니다.      


단이 엄마가 저에게 묻습니다.

"원장님! 제 잘못인가요? "

......

정말 엄마의 잘못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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