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이령 Jul 15. 2024

나를 인정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다(2)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도시의 특징

도시의 특징 1: 그림자가 없다.

“그렇습니다. 당신의 마음은 새로운 움직임을 원하고 또 필요로 해요. 하지만 당신의 의식은 아직 그 사실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그렇게 간단히 붙잡을 수 없는 것이라서. 봄날의 들판을 뛰노는 어린 토끼처럼. 의식의 느릿한 손으로 붙잡긴 힘들어요.”


소설에서 ‘마음’을 ‘봄날의 들판을 뛰노는 어린 토끼’라고 묘사하며 의식이 붙잡기 힘든 것으로 묘사한다. 마음이란 뭘까? 프로이트가 정의한 정신(의식, 전의식, 무의식)은 마음의 통칭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마음은 정신의 일부분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마음은 의식으로 쉽게 파악하기 힘든 것, 이를 통해 소설에서 표현하는 마음을 ‘무의식’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도시의 가장 특이한 점은 그림자가 없다는 점이다. 이 ‘그림자’를 마음과 같은 것으로 본다면 도시는 무의식이 배제된 의식의 공간이다. 그림자를 마음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도시 내부에서 그림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어두운 마음’이라는 표현을 쓰기 때문이다.  


“어두운 마음은 어딘가 먼 곳으로 보내져 결국 생명을 다하게 돼요.”
“슬픔, 망설임, 질투, 두려움, 고뇌, 절망, 의심, 미움, 곤혹, 오뇌, 회의, 자기연민……. 그리고 꿈, 사랑. 이 도시에서 그런 감정은 무용한 것. 오히려 해로운 것이죠. 이른바 역병의 씨앗 같은 겁니다.”
“제가 죽었을 때입니다. 그때 저는 그림자를 잃고 말았어요. 아마도 영원히.”


책 <프로이트의 의자>에서 무의식은 아주 커다란 지하창고이며, 무의식에는 의식으로 올라오면 안되는 것들이 포로처럼 잡혀있다고 표현한다. 무의식은 의식과 반대로 쾌락원칙에 의해 작동하며, 소망이나 욕구를 충족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도시에서는 무의식을 ‘어두운 마음’이라고 표현하며, 해롭다고 한다.


융은 인격의 구조를 다루는 이론에서 인격의 원형 중 하나로 ‘그림자’를 말한다. 책 <내 그림자에게 말걸기>에서는 인간의 행위나 경험은 반드시 무의식에 묻힌 그림자를 갖는다고 한다. 융의 이론에서의 그림자는 다른 어떤 원형들보다 인간의 기본적인 동물적 본성을 가장 많이 내포하고 있으며, 모든 원형 중에서 가장 강력하며, 잠재적으로는 가장 위험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도시가 완결성이 있는 이유는 이러한 무의식이 배제된 곳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특징 2: 시간의 개념이 없다.

그건 시간을 알려주기 위한 시계가 아니다. 시간에 의미가 없음을 알려주기 위한 시계다. 시간은 멈춰 있진 않지만 의미를 상실했다. 그곳에서 시간은 의미가 없다. 계절이 순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간 역시 순환한다.
“네, 시간이 없는 곳에는 축적도 없습니다. 축적처럼 보이는 현상은 현재가 던져주는 잠깐의 환영일 뿐이에요. 책장을 한 장씩 넘기는 광경을 상상해보세요. 책장이 넘어가는데 쪽 번호는 변하지 않는 겁니다. 뒷장과 앞장이 논리적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주위 풍경이 바뀌어도 우리는 항상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도시(의식)에서는 시간의 의미가 없기 때문에 시간 개념이 없다. 의식은 현재 느끼는 감각과 생각으로, 과거나 미래보다는 현재의 순간이 중요하다. 정신적인 시간의 축적을 우리는 ‘기억’이라고 부른다. 기억은 전의식에 보관된다. 프로이트의 이론에서 우리가 떠올리는 기억은 사실로서의 과거가 아니며 과거의 경험, 시간, 사건, 정서의 복합적인 산물로서 무의식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무의식이 없는 의식은 시간의 의미를 상실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인정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다(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