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세계관 파악
처음 발표한 때로부터 꼭 사십 년이 지났다. 그사이에 나는 서른한 살에서 일흔한 살이 되었다. 나에게 이 작품은 줄곧 목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신경쓰이는 존재였으므로. 그것은 역시 나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가시였다. 사십 년만에 새로 쓰면서 다시 한번 ‘그 도시’에 돌아가보고, 그 사실을 새삼 통감했다.
요컨대 진실이란 것은 일정한 어떤 정지 속이 아니라, 부단히 이행=이동하는 형체 안에 있다. 그게 이야기라는 것의 진수가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할 따름이다.
움직임이 없고 말수 적은 이 도시에서 너는 태어나 자랐다. 간소하고 정밀한, 그리고 완결된 장소다. 전기도 가스도 없고, 시계탑에는 바늘이 없고, 도서관에는 단 한권의 책도 없다. 사람들이 하는 말은 본래의 의미만을 지니고, 모든 것이 각자 고유의 장소에, 혹은 눈길이 닿는 그 주변에 흔들림 없이 머물러있다.
“제가 생각하기에 도시를 둘러싼 벽이란 아마 선생님이라는 한 인간을 이루고 있는 의식일 겁니다. 그렇기에 선생님의 의지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모습을 바꿀 수 있습니다. 사람의 의식은 빙산과 같아, 수면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건 극히 일부입니다. 대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 가라앉아 감춰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