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 <피프티피플> 서평
몸 안의 것에 중독된 삶이 몸 바깥의 것에 중독된 삶보다는 나은걸까. 기윤은 가끔 궁금해했다. 언제나 아드레날린이 삶의 전반을 지배해왔다. 서너살에 높은 계단에서 뛰어내릴 때부터, 일곱 살에 말도 안 되는 경사에서 눈썰매를 탈 때부터 그랬다. 더한 자극과 위태로운 위기를 원했다.
철이 덜 들어서 그렇단 소리를 들었지만 기윤은 자기 문제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아드레날린이었다. 변함없이.
“응급실 선생님 한분도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던데. 병원에는 센 운동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네요.”
심폐소생술을 하고 나면 찾아오는 참기 어려운 허기를 해결하며 기윤은 자신의 안쪽에 설치된 급경사의 레일을 점검했다. 참담함의 한 가운데에서도 오르락내리락 달리는 기괴한 롤러코스터를.
태어난지 고작 나흘 된 아기가 죽은 날이었다. 산모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인턴 하나가 복도에서 울고 있었다.
피가 너무 많이 나서 오히려 피 같지 않았다. 남자의 상처 부위에서 새어나온 밥알을 보았을 때야 실감이 났다. 반쯤 소화된 밥알이었다.
이제 와서 다시 한번 반쯤 녹은 밥알의 감촉을 떠올렸다. 잊을 것이다. 다음 주쯤 되면 말이다.
살아 있는 벌이 있었다. 살아 있는 벌과 눈이 마주쳤다.
달려가기 직전, 성진은 생각했다. 나는 이런걸 하기엔 돈을 너무 조금 받아.
모두 성진이 비정상이라고 말했다. 정신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을 가족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전할 수 있다면 했다. 성진이 얼마나 제정신인지를 말이다. 이토록 분명한데.
성적 취향만큼 이런저런 복합적인 차별의식을 뾰족하게 드러내는 게 또 있을까.
인턴은 모르고 있었다. 기윤에게도 작지 않은 크기의 타투가 두어개 있다는 것을.
요즘은 타투 정도로 일반인과 조직폭력배를 구별하기는 어렵다.
50대 남성인 정형외과 교수가 폴댄스를 배우고 있었다니 혜정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안 그래도 우리 직업은 왜곡된 시선 앞에 자주 놓이는데 왜 그랬어. 하고 동료로부터 책망을 들었다. 이상하게 바라보는 쪽이 나쁜 거 아냐? 왜 당하는 족이 조심해야 해? 속으로만 생각하고 대꾸하지 않았다.